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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13. 2024

불만꾸러기

0885

왜 이 모양이야


예술가라면 모름지기 투정을 몸에 달고 살아야 한다


무수한 사랑노래가 넘쳐도 지금 러브송은 쏟아져 나온다

무수한 풍경그림이 넘쳐도 지금 풍경화는 다시 그려진다


예술가에게는 지난 노래는 지금 노래가 아님을 안다

예술가에게는 지난 풍경은 지금 풍경이 아님을 안다


사랑이 변해서가 아니라 

풍경이 달라서가 아니라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다시 느껴보는 것이다


나의 리듬으로 나의 시선으로 나의 몸짓으로 나의 감각으로 나의 기억으로 나의 편견으로 재구성하는 순간 사랑의 재발명되고 풍경이 재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기술보다 예술에 가까워야 한다

시간과 빛에 따라 다른 물감을 골랐던 화가가 과거의 반복을 수정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생경을 포착하는 이유를 가지듯이 글쓰는 이는 지금의 감각을 어제로부터의 관성에서 보호하고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칠 줄 모르는 내면의 투정은 필수다


이렇게 밖에 쓸수 없었을까를 불만하며 끝없이 전복한다


저 태양을 보며 어제는 아름답다 말하고 오늘은 처참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의 치명적 딜레마는 일관성을 버리는 용기에 있다


예술가는 만족하는 순간 소멸한다


작가는 문장을 확정짓는 순간 작가 아닌 자로 리셋된다


문장 위에서 문장이 덜 된 문장 이전의 글자들을 붙잡고 사투하는 자가 작가다


이 따위로 쓸거면 내일 다시 쓰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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