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저희 학교에서도 티처콜 교원안심번호라는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이미 다른 학교에서는 실시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고요. 말 그대로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통화를 연결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선생님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학부모님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 학부모님들의 악성 민원 전화를 차단함으로써 선생님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선생님들이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시스템입니다.
매뉴얼을 보니, 이 티처콜 교원안심번호 서비스가 '교직원 워라밸 통화연결 서비스'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용 요금에 대한 문제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부과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학교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일 테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확실한 건 저희 학년 여덟 명의 선생님 중에선 유일하게 저만 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학교 전체로 봐도 제가 유일하거나 기껏 해 봤자 개인 번호를 공개하는 분이 서너 명도 안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을 한 번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용감하게 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저의 결정을 두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아직 악성 민원에 가까운 항의 전화를 남발하는 학부모를 만난 적이 없어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저 역시도 비슷한 유형의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퇴근 후에 전화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심한 경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밤 12시 반에 전화가 와서 1시간 반이나 통화한 경험도 있습니다. 당연히 통화의 내용은 제가 자기의 아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대부분의 내용은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제 개인 폰 번호를 노출한 것은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되어선 안 되지 않겠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상식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일부 몇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 모두에게 선의의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월 초 첫 주만 티처콜 서비스를 썼습니다. 그러고는 학교에 확인해 봤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반드시 써야 하는 서비스냐고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티처콜 서비스를 삭제한 뒤에 카카오톡 학부모님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일일이 그분들을 단톡방에 초대해서 제 휴대폰 번호를 알려 드리고 저장하라고 했습니다.
요즘 일대일 소통 서비스 중에 가장 회신이 빠른 것이 카카오톡 단톡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반은 클래스팅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가장 소통이 원활하고 빠른 카카오톡을 쓰니까요. 아침에 아이가 학교에 늦을 만한 일이 생기면 발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습니다. 게다가 우려했던 대로 학부모님들에게서의 악성적인 민원 및 항의 전화는 지금까지 한 통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부모님들도 알아서 배려하고 조심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아직 한 학년이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의 방침 대로 운영을 해 보니 후회는 없습니다. 티처콜 서비스를 쓰는 선생님들은 퇴근 후에 쓸데없는 연락을 받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도 하고, 기본적인 연락은 티처콜을 통해서도 가능하니 좋다고 합니다만, 티처콜보다는 제 개인 번호를 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