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인기 시들, 작년 전국 교대서 667명 자퇴 등 중도탈락
9월 2일 자에 실린 연합뉴스의 한 기사글 제목입니다. 이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일단 이 기사는 어딘지 모르게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교사라는 게 인기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제 표현이 바르지 못했습니다. 인기 직업이 되어선 결코 안 되는 것이 바로 교직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아마도 IMF 이후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 전반에 걸쳐 평생 고용 보장이라는 허울 하나로 각광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흔히 4대 비위라고 하지요. 성폭력 사건, 음주 운전, 성적 조작, 그리고 금품 수수와 관련된 일에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정년이 될 때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공무원, 그중에서도 특히 교직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령 일례를 들어 연봉도 높고 성과상여금(거의 웬만한 공무원 연봉을 넘어서기도 하더군요)도 높아 누구나가 선호하는 대기업에 막상 입사해도 출세가도를 달리지 못할 때, 빠르면 40대 중후반, 늦어도 50대 초반에는 조기 퇴직하고 나오게 되는 게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평생 고용 보장이라는 이 특성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쳇말로 판검사를 할 게 아니라면, 의사가 되지 않을 거라면, 하다못해 대기업에라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면 그나마 선생이 되는 게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게 얼마 전까지의 사회적인 인식입니다.
그런데 이 인식이라는 것도 그다지 믿을 게 못 됩니다. 제가 처음 교대에 입학한 게 1993년인데, 그때 친구들 사이에서 전 꽤 욕을 먹었습니다. 어지간히 갈 데가 없어서 교대를 갔냐며, 그 성적이었으면 다른 괜찮은 곳도 없지 않았을 텐데 왜 교대를 진학했느냐며 숱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한 뒤에 초임 발령을 받고 나니 마치 교직이 세상에는 둘도 없는 천혜의 직업인 것처럼 되어 버렸더군요. 그때 그랬던 것처럼 이 교직이라는 게 다시 예전의 그 별 볼 일 없는 직업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그렇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 이 기사글의 제목만 봐도 이미 그런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학력이 우수한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게 그럴듯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수해야 하니까요. 똑똑한 사람들이 지식을 가르치는 게 누가 봐도 합리적이니까요. 그런데 이미 학교의 기능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교육의 정상화 어쩌고 저쩌고를 외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학교 본연의 기능과 목적인 '교육'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혹시 아직도 학교의 기능이나 목적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지금 학교의 기능이나 목적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에 있다고 봅니다. 그게 옳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심성에 따라 영원할 것 같던 학교의 가치와 학교 교육의 가치가 변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젠 똑똑한 사람보다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교사를 하기에 더 적합한지도 모릅니다. 교육이 목적이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똑똑한 사람이 필요하지만, 보육이 목적이라면 품이 넓은 사람이 더 필요할 테니까요.
교사가 인기 있는 직업이 되는 사회는 구조적으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아이들을 지도하고,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일선 현장에 많이 계십니다. 교육이 황폐화하고 있는 데다 박봉에 아이들과 학부모의 요구가 많고 다양해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오늘도 그나마 형태만 남은 공교육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건 그분들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교대 탈출 혹은 교사 탈출이 지능순이라고 말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25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제는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는,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직장 생활 속에서 예의범절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8시 반부터 4시 반까지만 교사, 즉 직업인으로서 교사가 아닌, 어느 정도는 성직자 같은 면모를 갖춘 사람이 왔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교사의 자리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