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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y 20. 2024

생존수영 시작

오늘 생존수영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세월호 사건 이후로 실시하게 된 대대적인 시책입니다. 사실 교육적인 취지에서 보자면 그리 부정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일입니다.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하는 중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생적인 생존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수영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얼핏 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생존수영 교육은 올해부터 나흘 동안 실시됩니다. 작년까지는 닷새에 걸쳐 이뤄졌으니 그나마 하루가 줄어든 셈입니다. 본교의 경우를 얘기해 보면 이 수영 교육이 얼마나 내실 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12시에 버스를 타고 수영장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데 20분 걸립니다. 다시 학교에 오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시각은 오후 2시입니다. 가는 데 소요되는 20분의 시간을 빼고 나면 수영장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1시간 40분입니다. 수영장 입실 준비, 또 끝난 뒤 샤워하고 모이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로 아이들이 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1시간 조금 넘을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서 총 교육 기간인 나흘 간을 합산해도 최대 5시간도 채 되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는 이 교육과 관련하여 단 한 푼의 돈도 집행하지 않습니다. 버스 대절료, 수영장 사용료 등 전액 교육청에서 부담하는 사업입니다. 즉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 혈세가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하니 어떤 때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입니다.


집에 빈대 한 마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온 집안을 뒤져서라도 그 빈대만 잡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잡아야 할 빈대는 정작 외면하고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아이들이 수영을 못해서 그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가 아닌데도 엉뚱한 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생존력을 길러 주기 위해 수영을 배운다,라는 논리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발상과 맥을 같이 하는 셈입니다.


현행 생존수영 교육은 각 지역의 영세한 수영장을 먹여 살리는 듯한 시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난데없이 관광버스 회사를 배불려 주는 정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오죽하면 이말도 되는 생각이 정도로 생존수영 교육이라는 것이 납득이 어려울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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