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화창한 가을 날씨
어떤 딜레마에 빠졌다. 동학년 선생님 중 그 어느 누구도 내일 시험을 앞둔 우리 딸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심지어 학부모까지도 절에 가서 자기 기도를 할 때 기도했다며 말을 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말이다. 물론 그 흔한 엿도, 찹쌀떡도 하나 없다. 설마 내가 그 떡을 못 먹어서, 엿이 먹고 싶어서 이러겠는가? 그거 까짓것 얼마 한다고?
나이가 더 든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생각이 들면서도 솔직히 그게 안 된다. 그런 마음 하나 못 내면서 무슨 동학년 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만 든다.
학교를 나와 터덜터덜 버스정류장으로 가면서도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싶을 뿐이다. 아무리 쿨한 게 좋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불가하다.
그래도 인생 선배로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금요일에 학교 가서 언급할까 싶다가도 괜스레 나잇값도 못하고 주책이나 부리는 한심한 인간이 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도대체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지금의 나로서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2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런 동학년들 처음 봤다. 이렇게 무관심하고 매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은 본 기억이 없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기껏 얘기해 봤자 본전도 못 찾을 것이다.
"그거 하나 안 챙겨줬다고 사람이 저렇게 삐친단 말이야. 완전 어이없네."
정작 말했을 때 그런 뒷얘기가 들려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