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평온한 날씨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연가를 냈다. 날이 날이니만큼 하루 쉬겠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덕분에 별다른 눈치를 보는 일 없이 당당하게 연가를 썼다. 학교에 있었다면 이 바빴을 시간에 한가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하루종일 기분이 싱숭생숭해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금 전에 쓴 오늘 자의 미션 글을 썼을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글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쓰면서도 도무지 뭘 쓰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누군가가 내게 수험생 학부모라서 긴장이 많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면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딸이 시험을 치지 내가 치냐고 말이다. 걱정이 들긴 하지만, 긴장감만 따진다면 내가 딸만큼은 되지 않을 거란 얘기였다. 정작 그렇게 말해 놓고도 오늘 이렇게 많은 여유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집에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도 오죽했으면 빵 하나와 물만 먹었을 뿐이다. 먹는 동안에도 그랬다. 니 맛도 내 맛도 없었다.
이럴 때는 시간이 널려 있어도 걱정만 산더미 같다. 차라리 정해진 시간 동안 힘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걱정은 당분간 잊고 전념할 수 있을 텐데 점점 다가오는 시간의 중압감에 눌릴 것만 같다.
누구보다도 딸이 제일 그렇겠지만,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서 정상적인 생활의 리듬 속에 뛰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