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약간 쌀쌀한 날씨
역시 뭐든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사실 뭐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 0교시 수업을 지난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6일 간 운영했다. 갑자기 수업이 늘어 우리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제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착한 우리 아이들, 크게 내색하지 않고 잘 마쳤다. 쉬는 시간까지 없어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고 말았다. 1교시와 2교시 사이, 그리고 3교시와 4교시 사이에 그 10분이 없어서 화장실만 총알 같이 다녀와야 했다. 처음에 잘 알아듣게 말을 해 놓으니 척하면 척이다. 역시 이 맛에 선생 하는 모양이다.
아직 1년이 끝난 건 아니지만, 유독 올해의 아이들이 나와 궁합이 잘 맞다. 10살밖에 안 되어 처음엔 어린 아기 같더니 이젠 거의 11살의 값을 하고 있다. 물론 속 썩이는 녀석도 있고, 간간이 목이 쉴 만큼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런 게 나의 일상이다.
낮에 뒤 환경게시판에 학예회 현수막을 불이고 있으려니 한 애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쌤! 우리 내년에도 보는 거 맞죠?"
"나, 4학년 안 갈 건데!"
"안 돼요! 꼭 4학년 오셔야 돼요."
제법 속 썩이는 녀석이 한 말이라 둘이 만났을 때의 상상을 해 보고 빙긋이 웃었다.
교사의 보람이 뭐 별 게 있을까? 그렇게 속을 썩여도 나와 잘 맞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학예회를 하루 앞둔 이 오후에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