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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22. 2024

오늘이 또 주말이더군요.

301일 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양치를 하고 면도를 합니다. 세수를 한 뒤에 머리를 감습니다. 단순한 몇 개의 반복 행동이 끝나면 이내 가방을 들처매고 집을 나섭니다. 귀찮은 것도 문제지만, 아침을 굶고 출근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지금은 빈속으로 출근할 때가 많습니다. 습관이란 건 참 무섭습니다. 분명히 배가 고플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을 나섭니다.


아침에 늦잠이라도 자는 바람에 쫓기기라도 하듯 집을 나섭니다. 이래저래 여유를 부릴 수는 없습니다. 부족한 잠에 대한 유혹에서 이겨내려면 정신이 들었을 때 뛰쳐나와야 합니다. 기껏 집을 나서 놓고도 어떤 날은 뭔가를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발길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다시 집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분, 영락없이 지각을 하게 되니까요.


그냥 잊으면 잊은 대로 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요한 물건을 그런 식으로 빠뜨려 놓고 나와 낭패를 본 기억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잠에 들기 전에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다음 날에 필요한 게 뭔지를 미리 확인한 뒤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날 밤에 물건을 챙겨놓고 잡니다. 습관이란 게 이래서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더러 몸이 무거운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젯밤은 비교적 단잠을 잤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만큼 컨디션이 좋은 날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침에 찌뿌둥한 느낌이 없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이만큼 좋은 조건도 없을 테니까요.


막상 집을 나서 보니 여전히 아침 기운이 찹니다. 또 어찌 보니 어제보다는 약간 풀린 느낌입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낍니다. 벌써 겨울인가 싶은 생각에 놀랍니다. 어제도 들었던 생각을 오늘 어김없이 반복합니다.


정해진 똑같은 시각에 지하철을 탑니다. 안면은 있으나 일면식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최소한 그들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놓이곤 합니다. 정신이 없는 어떤 날에는 그들을 만나는 순간 늦은 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들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요? 저를 보자마자 눈매가 살짝 움찔하는 게 마치 아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합니다.


아침에 그들의 표정이 어제보다 약간은 더 밝아진 것 같아 보입니다. 저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리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듭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라며 선명하게 글자가 찍혀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일하면 이틀을 쉴 수 있다는 생각 탓에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던 겁니다.


그냥 한 번 웃고 말았습니다. 주중의 매번 다섯 번째 날 아침마다 반복하게 되는 생각 때문입니다. 벌써 금요일인가 싶을 뿐입니다. 부랴부랴 이번 주말에는 뭘 하지 하는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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