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어제와 똑같은 날씨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 반월당역에 내렸다. 원래는 늘 그 다음 역인 중앙로역에 내려 이동했다. 공공도서관을 가려면 여기보다는 중앙로역이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글쓰는 데에 정신이 팔려 허겁지겁에 이 역에 내린 적이 있었다.
막상 여기에 내려 보니 몇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여기저기에 의자가 많아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다 마무리를 짓고 싶으면 잠시 앉아서 목적을 이루고 갈 수 있었다. 게다가 군데군데 커피 자판기가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시간을 다투지만 않는다면 반월당역에 내리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이곳에 내렸다. 쭉 뻗은 지하상가를 10분 정도 걸어가서 지상으로 나가면 공공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빠져나와 3분쯤 걷자니 원형의 작은 광장이 나온다. 식당가가 있는 2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놓여 있고, 원형 주변엔 몇 개의 음료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수십 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도 비치되어 있고, 그 위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죄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뿐이었다.
원형 구조물 안쪽에 의자가 있지만, 구조물 바깥쪽 둘레에도 많은 의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 묘한 장면을 보았다. 원형 구조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보다 늙어버린 사람들이었다. 족히 사십 여 명은 되어 보였는데, 아마 평균 연령을 계산해 봐도 75세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물론 원형 구조물 바깥쪽은 젊은 사람들 일색이었다. 마치 서로 섞이면 안 된다는 듯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젊은 사람에게 넌 늙지 않을 줄 아냐고 했더니 자신은 절대 늙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미 늙어 버린 사람들과 절대 늙지 않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묘한 곳이었다. 가만히 있으니 이상한 생각이 든다. 얼른 벗어나는 게 상책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