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Aug 13. 2023

일요일 어때?

서른여덟 번째 글: 다들 일요일 좋아하시죠?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일요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뚜렷한 이유는 모른다. 그냥 싫었다. 지금 같으면 오늘이 지나면 내일 출근해야 하니 그런 일요일이 싫다지만, 어릴 때에는 그런 것도 없었을 텐데도 늘 일요일이 싫었다.

그건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주 5일 근무 시스템에서 일요일을 맞이했을 때도 그렇고, 예전처럼 토요일에 일을 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남들은 1주일 만에 쉬는 건데 좋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면서 길지도 않은 이 하루를 부담 없이 보내라고 했다. 즐기라고 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건 그나마 내게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요일이 싫다는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하곤 한다. 어쨌거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니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싫은 것 같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오죽하면 아내조차도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면 오늘 같은 일요일에 집에서 쉬지 않고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도 좋으냐고 물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물어오면 난 제대로 답할 수 없다. 일을 하는 게 싫거나 직장에 있는 게 달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무도 없는 직장에 나 혼자 나가 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말했더니, 그것 보라고 응수한다. 남들 일할 때 다 같이 일하고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게 좋은 거라고, 그래서 일요일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일요일엔 무엇을 해야 할까? 한때는 이 넘치는 일요일 때문에 적지 않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어찌 보면 눈을 떠서 고작 보내야 할 시간이 열대여섯 시간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마냥 집안에서 뒹굴면서 보내기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일요일에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까운 곳에라도 나들이 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바빠서 미뤄뒀던 의미 있는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물론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그렇게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간을 활기차게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일요일에 너무 많은 일들을 계획하는 것은 오히려 다음 한 주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피로를 풀지 못해 부담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봤을 때 일요일은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서 편히 쉬는 게 옳다는 주의이다.


내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대략 2685번째로 맞는 일요일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다면 2684번 동안의 일요일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은 그 흔한 일요일 중 하루라는 것이겠고, 딱 집어 표현하자면 1/2685인 일요일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이렇게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곧 2686번째 일요일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러는 중에도 시간은 꼬박꼬박 흐르고 있다. 대충 남은 일곱 시간 정도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며 고민이라도 해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최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