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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ug 14. 2023

밤 지새우기

서른아홉 번째 글: 잠은 잘 주무시는지요?

결국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사실은 지난밤 자리에 눕자마자 징조가 좋지 않았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은 극에 달했는데, 정작 잠은 오지 않는 딱 그런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나의 주중 불면증의 원인은 심리적인 데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아 잠도 못 자나 싶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이것도 어쩌면 하나의 병폐일 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아파서 병원을 찾으면 의사의 권위에 따르기 마련이었는데, 요즘은 의사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에 의문을 품기도 하고, 심지어 그들이 내리는 약 처방에도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는 말이 들린다. 의사 자격증만 없다 뿐이지 조금만 수고하면 의사 못지않을 만큼의 병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 말은 곧 병원에 가기도 전에 자신에게서 보이는 증상의 이름과 원인을 대략 알게 된다는 뜻이다. 멀리서 볼 것도 없이 병원 한 번 가보지 않고, 내 불면증의 원인을 심리적인 원인에 있다는 진단을 내가 내리고 있지 않는가?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어떻게든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자지 않으려 애쓰거나. 지난밤은 후자를 선택했다.

전자를 선택하느냐, 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바뀐다. 잠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집어든다. 그것도 소설책이나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일부러 철학책 등을 읽는다. 감사하게도 그러고 있다 보면 서문을 읽던 도중에 잠에 빠져든다. 반면에 후자를 선택하면 영상을 보곤 한다.

평소에 유튜브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가 어쩌다 보니 새벽 두어 시까지 유튜브를 시청했다. 그 이후로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마녀 2"를 보고 말았다. 혹평도 적지 않고 호불호도 꽤 엇갈리는 영화로 알고 있는데, 어찌 되었거나 난 퍽 재미있게 봤다. 그 야밤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마녀도 마녀의 동생도 무시무시하지만 꽤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말이다. 잠을 안 잔 건 후회가 되지만, 영화는 잘 본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4시를 넘어섰다. 제대로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 결국은 잠을 포기해야 했다. 1시간 반 정도를 버티다 막 집을 나왔다.


몸이 축나는 게 느껴질 정도로 밤샘의 느낌이 좋지 않다. 한 번은 몰라도 이틀을 연이어 할 건 못 된다. 어쨌거나 오늘 하루는 두 눈 부릅뜨고 지내야 한다. 다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정신도 멍한 상태이긴 해도 18시간 정도만 참으면 된다. 오늘 하루 무탈하게 보내고 얼른 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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