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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시끌벅적이던 주위는 빗자루로 쓸어낸 듯 고요하다.
위에 있던 것들은 바닥에 뿌려지고 아래에 있던 것들은 공중으로 흩날린다.
배치만 바뀌어도 딴 세상이 된다.
옮겨 놓는 순간 진척이 되고 옮겨지는 순간 혁신이 된다.
나를 새롭게 하려고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몸을 15도만 틀어도 다른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거기에서 다른 노래가 흐르고 다른 춤을 추게 된다.
잘 되고 있다는 것은 고스란히 등속운동에만 갇힌 것이 아닐 게다.
적절한 장애물이 놓여있고 알맞은 저항을 즐겁게 수용하고 있다는 말일게다.
즐거운 불편함을 생각한다.
대립하는 두 항의 행위들이 다정하게 지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아름답다.
불란서 청국장 같은 사건이 있다.
예술작품이 아닌 손에 잡히지 않는 현상일 때 눈부시다.
유전자도 국적을 초월해 섞이면 오묘한 근사함이 있지 않은가.
혼합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아니라
이것에 저것마저 가진 것이 되기에 웅장하다
여름의 습함과 열기에 겨울의 건조함과 냉기 사이에서 화사한 봄과 우수의 가을이 반짝인다.
극단 다음에는 혼합의 시간이 불가피하다.
온화해지는 시간
어딘지 모르게 알맞은 시간
치장이 필요 없는 시간
몸이 부지런해지는 시간
여기보다 저기가 좋아 보이는 시간
나를 저곳으로 가게 하려거든 계절을 바꿔주세요.
나를 이곳에서 눌러 있게 하려거든 제 몸을 틀어주세요.
나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다이얼이 있어서 주파수를 잘 맞추면 유토피아가 되기도 하지.
알맞게 방치되어 있는 나로서는 모든 순간이 행복할 기회일 거야.
아무리 시력이 좋은 도전자도 야바위꾼을 이길 순 없지.
인생은 교묘한 거니까
교묘가 나쁘지만은 않아.
그 안에는 아름다움과 재치와 낯섦과 신기함이 공존하지.
야바위에서 이기려면 빠른 손동작을 쫓을 것이 아니라 우연과 맥락 없음 사이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해.
그렇지 않고서야 폭풍이라는 인생의 다음 장이 이토록 안전할 수가 있냐는 말이지.
아무튼 잘 모르겠으면 오늘의 귀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