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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3. 2023

고민은 나중에, 우선은 쓰기부터!

열한 번째 글: 졸작이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다!

여기 계신 모든 작가님들처럼 저 역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사실 그 정도를 따진다면 좋아한다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나 책 정보가 나오면 귀가 솔깃해지곤 합니다. 또 시간이 나면 뭐라도 쓰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당연히 직장 내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제게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느냐, 글 쓸 때 참고가 될 만한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느냐, 그 바쁜 와중에 하루 중 언제 글을 쓰느냐고 말입니다.


전 그때 아주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 당장 쓰기 시작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말을 참 쉽게 한다며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몇 마디만 주고받으면 그 말도 이내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이 먼저 알게 됩니다. 세상에 바빠서 못할 일은 없다는 걸, 그건 단지 실제로 바빠서가 아니라 그걸 구실로 삼아 안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제가 그들의 고민에 대해 충고를 늘어놓을 만한 주제는 못 됩니다. 그들과 저는, 양자가 다 등단하지 못했고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그들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치지만, 어쨌거나 저는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 중에 그래도 제가 비교적 애정을 갖고 이야기하고 싶은 분에게 꼭 추천하는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신 자세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 강의를 좇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여기 비슷한 예가 있다. 비만으로 고민하던 내 남자 친구 중 하나가 드디어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충족시킬 책을 구하러 서점을 찾았다. 하지만 운동법이 적힌 책을 읽는 것 가지고는 절대 살을 뺄 수 없는 법이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제로 운동을 해야 한다. ☞ 나탈리 골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64쪽


지금까지 읽어본 이백여 권이 훌쩍 넘는 글쓰기 관련 책 중에서 제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책에서 그녀는 말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방법을 엉뚱한 데서 찾지 말라고,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많은 글쓰기 책들이 방법론에 입각해 글쓰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점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갈등은 어떤 식으로 조성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는 어떻게 기술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황이나 배경 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로 그 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어 본 경험에서 판단해 보자면 죄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다이어트 책을 읽는다고 해서, 혹은 다이어트 방법을 안다고 해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뭔가 고민이 되어서 해답이 찾으려고 할 때에는 사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것 속에 정답이 있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살을 빼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운동을 하면 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닥치고) 글부터 쓰면 되는 것입니다. 그 간단한 것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되는 법이고, 그래서 그것이 결국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곧 진리가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써라. 그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 나탈리 골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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