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에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구미까지 고작 32분간의 시간이지만, 마치 어딘가로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 마음이 설렌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긴 하다.
애초에 성격 자체가, 여행이랍시고 어딘가로 떠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나 아내가 어디로 가자고 하면 대체로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편이다. 남편으로서는, 혹은 아빠로서는 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해서 최소 10년 이상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바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사람을 고쳐 쓰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잠깐의 노력으로 그게 고쳐질 리가 없다.
어제 우리 아이들 둘과 아내가 부산으로 1박 2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친구는 내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 달랑 넷뿐인 가족,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이건 친구의 표현일 뿐이다) 한 사람을 빼놓고 어떻게 자기들끼리 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정작 난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행 후기를 들어보니 날씨가 너무 더워 적잖게 고생했고 차를 가져가지 않아 생각보다 도보로 많이 이동했지만, 그래도 세 식구가 무탈하게 다녀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지간히 미안했던지 아내가 다음엔 같이 가자고 했고, 나 역시 그러마 했지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음 여행도 셋이서 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난데없는 기차여행이냐 싶겠지만, 사실은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 캠프가 열리는 곳에 가고 있다.인솔자 중 한 사람이 캠프 기간 중 이틀이나 출장을 가야 해서 그 자리를 메꾸러 가는 중이다.
보통 캠프라고 하면 노는 것이 주목적일 수 있겠지만, 이 캠프는 거의 합숙훈련에 가깝다. 악기별 레슨 선생님들도 다 참석한다고 했다. 밥 먹고 돌아서면 파트별 연습, 중간중간에 부분 레슨에 이어, 저녁엔 오케스트라 총연습까지 예정되어 있어,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강행군일 수밖에 없는 행사다.
그나마 시설이 괜찮은 수련원에서 하는 관계로 더위는 피할 수 있다는 것, 어쨌거나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