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Aug 16. 2023

시계 초 소리

0430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찾고 있어요.

어린 시절 작은 내 방을 가득 채운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

낮에는 잠들었다가 밤이 되면 깨어 나를 짓누르는 소리.

시계도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지만 온통 벙어리 시계뿐이에요.

층간소음을 없애려고 스스로 발목을 잘라버린 어느 사내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계는 방의 심장이었죠.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심장소리가 들렸어요.

째깍 째깍 째깍 째깍

그래서 엄마의 품처럼 포근했나 봅니다.

1초마다 울리는 시곗소리는 기분에 따라 간격이 달라졌어요.

시험을 앞둔 전날 밤에 울리는 시곗소리는 프레스티시모.

소풍을 앞둔 전날 밤에 울리는 시곗소리는 라르고.

시곗바늘 소리로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온몸으로 학습하곤 했죠.

시간은 결코 직선으로 일정하게 흐르지 않았고 곡선으로 제멋대로 흘러갔죠.

그래서 견딜만했고 
그래서 못 견뎌했죠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흐르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손아귀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시계는 멸종했어요.

시곗바늘소리도 없는 시계가 무슨 시계예요?

시계 초도 찾을 수 없는 시계가 무슨 시계냔 말이에요?

한 발짝 폴짝 뛰고 한숨 돌리고

한 발짝 폴짝 뛰고 한숨 돌리고

이제는 모든 시계가 멈추지 않고 스무스하게 돌아가요.

시간은 물처럼 흐른다는 어른스러운 잘난 척을 보여주려나 봐요.

그러니 사람들이 번 아웃되는 거예요.

시간 사이에 틈이 있는 걸 자꾸 쓰레기로 메우니까 그런 거예요.

시간時間이라고 한 건 무작정 연속성이 아니라 간헐적 여백의 지혜를 옛사람들은 알아차렸던 거예요.

인간人間도 그렇고
공간空間도 그렇고


시계의 초 소리를 지워버린 건 큰 실수 한 거에요.

마음 속 속시끄러운 소리에도 둔감하면서 그깟 시계가 얼마나 시끄럽다고 시계의 숨통을 막고 성대를 제거하냐구요?

어서 시계에게 소리를 돌려주세요. 제발! 네?

매거진의 이전글 기차를 타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