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Aug 17. 2023
그저 지나가는 거라고 했다.
붙들리지 말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잠시 멈추어 살필 기회가 몇 차례 있는데 이때가 진짜 기회라는 것이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조언을 듣게 되면 자꾸 의도에 눈이 간다.
말하는 이는 순수로 내달리고
듣는 이는 순수로부터 탈주한다
그러므로 솔직해지는 시간은 결코 인터랙티브 하지 못하다.
가장 순수한 시간에는 순수 아닌 것들이 적당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두부를 콩만으로 형체를 만들 수 없듯이 순수에도 정제간수 같은 응고제가 들어간다.
간혹 소음 중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소음이 낳은 돌연변이.
여기에 어떤 존재의 이름을 붙여주고 부르기 좋아하는 인간은 순수하다.
소음에 친숙한 탓에 정적이어야 가능한 행위 곁에 애착인형 같은 백색소음을 둬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
소음에 색을 처음 입힌 이는 누구일까.
청색 소음과 녹색 소음은 아직 론칭 준비 중이다.
분홍 소음에는 어떤 꽃향기가 귀로 들어올 것 같다.
소음을 캔에 담아 팔아 보려고 세상의 소음을 녹음기에 담아보기도 했다.
녹음기는 깜장 봉다리 같아 담으려는 것들을 밖의 눈치 없이 담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장판 위에 펼쳐놓으면 방 안으로 떠다니며 벽의 못에 걸리기도 하고 콘센트 구멍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했다.
소음의 기원은 소의 음메 소리로부터 시작했다고 주장한 어느 학자의 논문이 논란이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음처럼 순수한 것이 있을까.
넘치는 물은 막을 수 있지만 기웃거리는 소음은 막기가 쉽지 않다.
순수한 것들은 대체로 이렇게 대책없는 게 습성이다.
옛날에는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지배했으나 미래에는 소음을 다스리는 자가 내면을 지배할 것이다.
천하는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면으로 천착하는 것이 백번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