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9일,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입성했다. 아무런 매뉴얼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하면 된다 혹은 이런 유용한 팁이 있다,라는 식으로 가르쳐 주는 이 하나 없이 무조건 글을 썼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188편의 글을 썼다.
당연히 지금 이 글은 189번째 글이다. 여기에 온 지 72일, 매일 무려 2.625편의 글을 썼다. 많이 썼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간혹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뭐랄까, 가끔은 '글쓰기 로봇'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프로그래밍에 따라 일정한 시간만 되면 한 편의 글을 토해낸다. 물론 이 지적도 정확한 표현이라 보기 어렵다. 정말 글쓰기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보다 훨씬 양질의 글을 쓸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들이 그런 말을 했다. 글이 그렇게 쉽게 써진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우리 아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가만히 있다가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한 편의 글이 나온다는 게 신통하다고 했다.
나 역시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은 뭘 쓰지, 하며 생각에 잠겨 있던 것도 잠시 어느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쓸 때는 거의 거침이 없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난 후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개비 피우고 자리로 돌아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담배를 피우는 동안 다음 글의 소재를 떠올린다. (이것도 프로그래밍되어 있나?) 자리로 돌아오면 30분 내외로 또 다른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역시 쓸 때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게, 그러면 쓴 글은 언제 다듬는지, 별도로 시간을 내어 퇴고 작업을 하는지 물었다.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알 테다. 그 어떤 글이든 100% 만족스러운 글은 있을 수 없다. 그 말은 곧 손을 대기로 작정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몇 편의 글들은 별도로 시간을 내어 고칠 생각이다. 물론 손을 본다고 해서 더 나은 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오늘도 이 작은 글쓰기 로봇은 세 편의 글을 썼다. 언젠가 이 로봇이 멈추게 되는 그날까지 글은 계속 쓰게 될 것이다. 가끔씩 기름만 칠해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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