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이상한 집착증이 있다. 프로이트 그리고 융, 다소 병적일 정도로 이 두 사람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런데 우스운 건 나조차도 왜 그런 것인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정신과 의사도 아니었다. 다만 다양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또 종종 몇 편의 영화를 보면서 늘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입버릇처럼 말하는 무의식의 세계란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도 깊은 관심이 있다면서 이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은 없다. 그나마 흉내라도 냈다면 꽤 오래전에 프로이트 전집과 융 전집을 딱 한 번 읽었다는 것뿐이다. 솔직히 그땐 엉덩이의 힘만으로 버텼다.
그때의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건, 이해도 못 하는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도 어려운 책을 기어이 완독했다는 뿌듯함과 약간의 보람 등이 전부였다. 아마 그때 어떤 식으로든 프로이트나 융에 대한 책을 지속적으로 읽었다면 지금쯤 절반의 전문가 수준은 되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아쉬울 때가 많다. 이 아쉬움을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친구가, 그러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한 번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딱 잘라 거절하진 못했지만, 내심으로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했다.
한 번 읽어서 그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냐 싶은 생각도 든다. 부끄럽게도 난 아직도 프로이트와 융의 사상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설명은커녕 자체적인 이해의 수준도 가히 미미하기 짝이 없다. 형편이 이렇다면 이젠 내 삶에서 그들을 놔줘야 하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집착의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곤 한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꼭 한 번은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어제 하루 종일 걸어 다녀 지금도 다리가 아프다. 내일 개학하면 한동안 또 못 갈 것 같아 공공도서관에 잠시 들렀다. 아침 일찍 문을 열자마자 오지 않으면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모두 다 만석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 봤더니 역시나 빈자리가 없다. 일반적인 커피 전문 매장처럼 정신을 약간은 흐뜨리는 음악도 없고, 대체로 소음도 적은 이 곳은, 따지고 보면 카공족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그런 곳에 자리가 비어 있을 리 없다.
카페에 가서 글이나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프로이트 전집 중의 한 권이 눈길을 끌었다. 무슨 내용이더라, 하며 잠시 뒤적거려 보니 확실히 읽었다는 그 경험은 기억이 났다.
그 길로 바로 나왔어야 했는데, 결국은 프로이트와 융의 책 몇 권을 또 업어오고야 말았다.
글을 쓰고부터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소 빠른 길은 있어도, 최단 거리나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가장 빠른 길이나 특별한 비책을 찾을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묵묵히 책을 파고 또 파볼 생각이다. 일단 빌려 온 이 책들을 읽어보고 나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할지, 아니면 깨끗이 단념할지를 결정해야겠다.
이 정도면 가히 정신병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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