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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ug 24. 2023

새 학기 시작

마흔아홉 번째 글: 또 달려가야 할 때입니다.

조금 전 반 아이에게서 톡이 왔다. 우리 반 단톡방인데, '다들 굿모닝!'이라는 내용이었다. 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다. 몸은 어떨지 몰라도 마음만은 절대 굿모닝일 수 없기 때문일 테다.

오늘 드디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9일간의 방학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하긴 하다. 일단 한창 클 나이인 11살이니 신체적으로는 더 성숙했겠지만, 정신적인 성숙도 이루어졌을지가 더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어지간해선 이런 긍정적인 상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체로 방학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엉망이 되어 학교에 오곤 한다. 시쳇말로 집에서 제대로 케어받지 못한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집에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맞벌이로 인해 집을 비우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한다거나 책을 읽을 리 없다.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아이들은 고스란히 미디어에 노출된다.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학원에 갔다 온다. 일하러 밖에 나간 엄마는 학원을 갔다 왔는지 확인한다. 학원 갔다 온 것만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한 아이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대한민국에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거의 없거나 그렇게 오랫동안 학원을 다녀도 학습성취력은 늘 제자리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리셋 상태로 돌아간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지도에서부터 학습 태도까지 어느 것 하나 다시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미주알고주알 지도해야 한다. 서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 게 더 안 좋아진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한 학기 지냈다고 벌써부터 제대말년병장처럼 구는 아이들도 있다.


이젠 스물일곱 가지의 개성을 지닌 각양각색의 아이들과 함께 새 학기를 열어가야 한다.

"쌤! 겨울방학 언제 해요?"

분명 보자마자 이렇게 묻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하긴 선생님 중에도 그런 분이 있으니 아이를 탓할 건 없는지도 모른다. 1학기보다 1달 정도는 더 짧은 2학기, 그러면서도 정작 행사는 1학기보다 더 많은 2학기다.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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