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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7. 2023

비가 와도 글은 써야…….

비가 오는 날은 글쓰기 좋은 날이지요?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라거나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과 같은 음악을 들으며 비가 오는 날 감상에 젖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 그 느낌도 그 나름대로 소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쳇말로 나이가 몇 개인데 그깟 감상에만 젖어 있을까 싶은 게 요즘의 마음입니다. 거짓말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면 저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쓸 채비를 합니다. 비라는 것과 글쓰기라는 것이 서로 얼마나 잘 어울리는 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감상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이 선선한 날씨에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작지 않은 복인지도 모르니까요.


이제는 6천 원만 있으면 됩니다. 한동안 파스쿠찌를 오가면서 도대체 무슨 음료를 마시면 가장 좋을까, 하며 감가상각을 따지곤 했는데, 뭐 이 정도 비용이면 세 시간 정도 자릿세 치른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아까울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이렇게 쓰게 될 세 편 정도의 글이 그만한 가치를 가지냐고 물으면 그건 솔직히 저 역시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갖추어야 될 것 중의 하나가 아마도 감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에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경계할 것 중의 하나 역시 이 감상일 수 있습니다. 감상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혹은 지나칠 정도로 부족한 사람이 쓴 글은 너무 딱딱해서 읽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만약 그가 쓴 글이 문학 작품에 속하는 것이라면 부드러움이라고는 없는 그 글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반면에 너무 감상에만 젖어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쉽게 말해서 흔한 삼류 로맨스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이 감상이라는 것도 때로는 힘 조절이 필요합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과 같다, 과유불급이라고 하던가요? 감상이 지나치게 넘쳐나도 탈이 되고, 너무 모자라도 흠이 된다고 하니 결국엔 적절하게 조절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런 감상, 혹은 감수성을 조절하는 저 나름의 요령이 있습니다. 글을 쓸 때 너무 깊이 생각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그 자체로 결점이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생각에 몰입하지 않고 어떻게 글쓰기가 가능할까요? 그 어떤 글을 쓰든 글을 쓸 때에는 생각에 몰입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 단계가 없다면 글은 읽을 만한 꼴로 갖춰지기가 어렵습니다.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당하게 이성적인 태도를 갖고 글을 써야지 너무 감수성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 고 하면서도 정작 감수성을 작동시키면 글이 유치해진다고 경계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 머뭇거리지 말라, 고 말입니다. 소재가 떠오르거나 특정한 상황에 대한 표현 방법이나 구체적인 문장이 떠오르면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하고 망설이지 않으려 합니다. 일단 표현해 놓고 봅니다. 어떤 경우에는 조금 이상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냥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밖으로 끄집어 내놓은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고 나서 때가 되면 혹은 정말 그 글을 손을 대어야 되겠다 싶으면 그제야 퇴고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저에게 그렇게 쓴 글의 질에 만족하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그건 제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물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지금 말씀드린 건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라 객관화는 불가능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머뭇거리지 않고 글을 쓰려 합니다. 글은 곧 자신의 얼굴이고, 글 속에 나타난 생각은 저의 생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제가 쓰고 싶을 때 글을 쓸 수 있는 형편이라면, 아직까지는 제 글에 대한 책임감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글쎄요,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만약 먼 훗날에 제가 작가가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세상을 뒤집어 놓을 만한 단 한 편의 작품만 발표하고 문단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보다는 더 많은 작품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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