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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8. 2023

내가 글 쓰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가족의 응원

글을 쓰면 대체로 사람들은 저에게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다며 꽤나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친구나 혹은 직장 동료들은 늘 글을 쓰는 저를 보면서 종종 응원의 말을 던지기도 하고, 더러는 작지 않은 관심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든 늘 보는 사이이든 간에, 요즘은 글쓰기가 어떠냐는 고마운 말도 잊지 않고 건네곤 합니다. 물론 그 말 한마디에 없던 힘이 솟아난다거나 접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일종의 존재감 확인이 이루어지고, 그리 큰 힘은 아니지만 약간의 힘을 얻기도 합니다.


이젠 조금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큰 힘을 얻고 싶어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누구에게서 응원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날까요?

그건 물으나마나 아마 가족일 것입니다. 만약 가족이 나의 할 일을 인정해 주고, 그걸 열렬히 지지한다면 그걸 싫어할 이유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이렇게 묻겠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우리가 글을 쓰고 있을 때 가장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애석하게도 이 역시 가족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작가님들 중에서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글을 쓰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그분에게 기꺼이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은 제가 글을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싫어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렇게까지 장담한다는 것이 못내 서글프긴 하지만 그래도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집에서 글을 쓴답시고 방에 틀어박혀 끙끙대고 있으면, 저의 가족은 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기도 하고 눈치 없다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한창 필(feel)을 받아 정신없이 문장을 적고 있을 때 뭘 사 오라며 심부름을 시키곤 합니다. 예를 들어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내는 한창 반찬을 만든다고 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어떤 재료가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 5분 만에 동네 마트에 뛰어갔다 와야 할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대개 이럴 때에는 공부한다고 방에 있는 아이들보다는 제가 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심부름을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거나,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보고 심부름을 시키냐는 식의 하소연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 자체가 분명 그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부름을 갈 때면 전 속이 타게 마련입니다. 그다지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보니 방금 생각이 난 멋진 문장과 표현들이 자칫하면 증발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 주옥같은 것들을 앉은자리에서 얼른 입력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집안에서 간단하게 해야 할 일에 대한 지령이 떨어지고 나면 괜스레 마음이 바빠집니다. 심부름은 그렇다고 쳐도 간단한 일거리가 주어졌을 때 그것만 딱 하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으면 좋은 소리가 날아들 리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시킨다고 그것만 하냐고, 지금 한창 바쁜 거 보이지 않냐는 원망 아닌 원망의 소리를 들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어쩌면 그러건 말건 오직 제 머릿속엔 방금 전에 생각이 난 그 주옥같은 표현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단순한 일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저에게만 소중할 뿐이지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그저 하찮은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전 집을 나서며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창에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내용을 입력합니다. 만약 잊어버리면 다시 떠오를 거라는 보장도 없고, 모처럼 생각이 난 그 좋은 표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글을 쓰는 사람들(물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취미 선에서의 글쓰기 혹은 작가지망생 등에게 해당되겠지만)은 이렇게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조금도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글이 경제적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우리가 쓰는 글이 수익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는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그저 그런 글을 굳이 돈을 줘가면서까지 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합니다. 당연히 낙선합니다.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자기가 쓴 글의 수준이 어떻든 간에 한 번이라도 원고를 출판사나 잡지사나 신문사에 보냈던 사람은, 그 보내는 순간의 보람이나 짜릿한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을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새 공모전마다 작품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본인이 가장 힘듦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체감상으로는 옆에서 보고 있는 가족들이 더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혹 어떤 분은 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돈과 관련을 짓느냐 하겠지만, 사실상 우리 삶에 있어 꽤 큰 기준점이 되는 것이 돈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 지금 제가 낮에는 직장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며 돈을 벌어오고 있고, 그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경제활동이 아닌 봉사활동에 치우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한창 돈이 들어갈 나이에 있는 아이들을 감안하면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생산적이지 못한 글쓰기가 환영을 받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가족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마도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그런 날만 손꼽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지지 아래 글을 쓸 수 있게 되시길 간절하게 빌어 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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