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파업
쉰여섯 번째 글: 배려하지 않는 철도 노조
습관적으로 플랫폼으로 내려가 기차를 기다리던 중에, 7시 14분 서울행 기차가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운행을 중단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방송이 송출된 시각은 7시 10분. 나처럼 별생각 없이 곧 들어올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욕설들, 철도 노조 놈들 어쩌고 저쩌고 하는 항의에 오늘은 나도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를 얹어 주었다.
7시 48분행 서울행 새마을호는 왜관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그다음 열차는 8시 13분, 꼼짝없이 지각이다. 날아간다 해도 8시 반까지는 출근이 불가능하다. 언젠가 한 번은 철도 노조 파업 때문에 출근이 늦는다고 학교에 전화를 했더니, 대구역에서 택시라도 타고 당장 튀어오라고 하던 교장선생님도 있었다. 종종 이런 일이 있긴 하지만, 힘없는 노동자들의 파업 속에 마찬가지로 힘없고 어쩌면 가난한 열차 통근자들이 애꿎게 피해를 보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지각은 하게 되더라도 1시간 동안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난 열심히 스마트폰의 키패드를 두드리고 있다. 어쩌면 뜻하지 않게 누리게 된 나만의 완벽한 글쓰기 시간이다.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을 테다. 오죽하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까? 게다가 사실 우리나라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불만이 없어서 묵묵히 일하는 줄로 아는 게 이미 사회적 관습이 되어버린 나라다. 원래 배부른 주인은 자기의 종이 아직 밥도 먹지 못했다는 걸 알 리가 없다. 하긴 그걸 안다면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저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며 항거해도 들을까 말까 한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웬만한 노조 관련 파업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이해하고 백 번 양보한다 쳐도 출퇴근길의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는 건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된 일이다.
하긴 그런 생각도 든다. 그걸 안다면 이런 행동을 할까, 하고 말이다. 한 번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누가 기차 타라고 했느냐며 되물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도 없고, 이런저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각자도생이 정답이라는 말까지 했다.
맞다, 사실 인생 자체가 각자도생 아닌가? 죽을 때 함께 묻힐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혼자 외롭고 치열하게 살다 때가 되면 혼자 외롭게 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