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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Sep 04. 2023

공교육 멈춤

예순 번째 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휴일을 불사하고 집회를 이어 온 전국 각지의 선생님들이, 오늘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삼았다. 원래는 전국적으로 하루 동안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지정 및 운영하려고 했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 한 서이초 선생님의 49재일을 맞아 그녀를 추모함과 동시에 무너진 공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교육부에선 엄정 대응 방침을 내놓았다.

아마도 교육계 역사상 이런 집단적인 결의는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그동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왔던 수동적인 교사 집단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이번 같은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세대는 조금의 불편함이나 불합리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세대이다. 점잖게 모든 걸 이해하며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이들만 가르치는 데 전념해 온 기성 교사들과는 태생 자체가 다른 세대라는 말이다. 대략 2~30대 교사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그들은 안 하면 안 했지, 지금과 같이 불안한 시스템 속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리친다. 처벌? 할 테면 해 봐라!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무모하게 보이고 사려 깊지 못해 보여도, 이런 강단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중견 교사로서, 경력이 꽤나 있는 사람으로서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들은 어쩌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인다. 지금처럼 교육부가 오늘의 집단적인 연가나 병가, 혹은 재량휴업일 지정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협박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기세다.

그에 반해 매스컴에 비칠 때마다 고집불통으로 보이는 일국의 교육부 수장이라는 사람은 지금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상식적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사람을 달래야 할 텐데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한심한 위인은 협상의 기본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다. 애초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자로 보인다. 이런 위인이 어떻게 저런 중책을 맡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얼핏 파악한 바로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전체 담임선생님의 40% 정도가 공교육 멈춤의 날 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과연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또 오늘의 이 움직임에 동참한 사람들을 정말 법적으로 처벌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단 한순간도 교육에 관심이 없던 교육부가, 학생이 어떻게 되든 선생님이 어떻게 되든 걱정조차 없던 그들이, 학생을 볼모로 선생님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오늘 일을 계기로 교육부 수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어쩌면 역대 교육부장관 중에서 가장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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