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교내 교사 독서토론 모임을 해왔다. 그 모임의 대원칙은 리더가 없이 모두가 평등한 관계 유지다. 리더를 정해놓으면 모임 자체가 한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기 쉽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에 있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는 걸 익히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느낀 게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혹은 너무 거창한 것을 목표로 삼으면 얼마 못 가서 모임이 흩어진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개 독서 토론 모임에 온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서 온 것이지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면 굳이 모임에 참여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또 거창하게 뭔가를 노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쨌거나 우리 모임에선 회원들 간의 토론 대상 도서 선정 순서를 정한다. 자기 순서가 되면 한 권의 책을 정해 회원들에게 소개한다. 이때 무슨 분야의 책이건 절대 상관하지 않는다. 책 선정은 각자의 고유 권한이다.
일단은 책을 완독하고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덜 읽고 와도 혹은 너무 바빠서 아예 하나도 못 읽고 와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 역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절대 그 어떤 것이라도 강제로 요구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부담감 없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모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내가 만든 모임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인원은 5명. 가장 많았을 때는 7명, 지금은 4명이 모임을 해오고 있다.
원래 이런 모임 자체가 그렇다. 너무 이런저런 제약이 많으면 한 번 해볼까 싶어 들렀던 사람들도 속속 빠져나가기 일쑤다. 일단 모임은 월 2회, 토론 대상 도서의 난이도나 두께에 따라 모임의 간격은 유동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학교 행사가 집중된 시기에는 한 달 만에 모인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모임이 지금 와해의 위기를 앞두고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물론 그냥 내버려 두면 읽지 않는다. 사정이 그러한데 시일까지 정해놓으니 그 부담감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드문드문 한 명씩 나가는가 싶더니 드디어 한 분이 나가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현재 남은 인원은 4명, 남자 2명 그리고 여자 2명인데, 여선생님 한 분이 이번 모임을 끝으로 그만두겠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남은 여선생님도 그만두시겠다 했다. 남자 2명만 남았다. 그 남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조금 생각해 보겠다 했지만, 지금으로선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10개월 동안 무탈하게 잘 달려왔다. 이번 책까지 포함해서 총 15권의 책을 읽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더 많은 책을 다루지 못했던 건 아쉬움으로 남을 테지만, 이 역시 욕심을 낼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이 바짝 조인다고 해서 절대 모임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숱하게 겪어왔던 내가 이 점을 모를 리도 없다. 아마도 지금 이대로면 이 모임은 흩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는 제대로 잘 운영되어 왔기에 아쉬울 뿐이지만, 이 또한 욕심을 내선 안 된다. 어쩌면 딱 여기까지, 이게 우리 모임의 운명이자 한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