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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6. 2023

마음속 풍경

0451

책상 아래 휴지통 옆에는 오래된 컴퓨터 본체가 두 개가 기억자로 자리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를 꺼내 따로 보관하는 수고를 하기 싫어서 둔탁한 덩치를 그대로 두고 있다.

그 울타리는 자료를 어지럽게 쌓아둔 공간을 벽이 되어 은폐한다.

그 위로 작은 가방이 탑처럼 쌓여 있다.

그 옆으로 오래된 신문스크랩들이 차분하게 누워 있다.

고개를 구부려 보면 뱀이 나올 것 같은 수풀이다.


책상 위로는 고장 난 에어컨이 아닌 척 벽에 매미처럼 매달려 있다.

책을 세우기 위한 보면대는 휴대전화 거치대로 안성맞춤이다.

책장 속에는 책들만 있지 않고 중요한 문서들을 중요해 보이지 않게 꽂혀 있다.

중요한 건 급하게 취하려 할 때 자취를 감추는 특징이 있다.

중요해서 등잔 밑에 두는 탓이다.

모든 책의 책갈피로 영화티켓이 끼워져 있어서 책을 펼치면 영상이 먼저 떠오른다.


둥그런 등 케이스 안에는 하루살이 사체가 비친다.

언젠가 치워야지 하는 건 잠들려고 누울 때뿐이다.

근심은 하루살이 같아서 동족을 못 챙긴다.

사물의 집에는 손잡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선풍기를 틀면 내 몸은 또르르르 구른다.

베개를 넘고 이불을 넘고


이틀 동안 유에프오를 보았다.

두 개의 밝은 점이 간격을 두고 하나의 통로가 있고 불빛이 은빛을 내고 제자리를 맴돈다.

망원경이 없어서 주먹을 동그랗게 말아서 그 틈사이에 눈을 댄다.

진짜 피사체가 크게 보인다.

믿음이 볼록렌즈다.

불신은 블랙홀이다.

외계인과 교신을 하려고 비선형적으로 말을 던졌다.

외계인은 사투리를 써서 오래 대화할 수 없다.


왜 의사는 추상을 진단하면서 상상력은 제로일까.


라디오에서는 이십세기 유행가들이 나온다.

가사는 온통 의문문의 형태이고 독백조다.

구슬프고 가냘프다.

조만간 서울에서 오일장이 열리면 토끼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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