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Sep 07. 2023

귀빠진 날에

0452

일어나자마자 귀를 더듬어 찾는다.

휴우!

두 개가 온전하게 붙어 있다.

귀가 보이면 다 된 것이다.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어깨보다 넓은 머리가 산통의 난코스였으리라.

귀가 빠지는 순간 주위는 환호를 질렀을 것이다.

얏호!


머리옆에 귀가 달려서 그나마 다행이다.

코였으면 세상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코를 볼 때마다 그날의 크나큰 고통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을 테니.

그리고 코 빠진 날은 콧물을 연상시켜 우스꽝스러운  관용어로 쓰기를 주저했을 것이다.


오늘 태어나서 감사했고 창피했다.

날짜의 구성이 절묘하게도 영구땡칠이다.

한번 들으면 벗들이 잊지 못했고 학교동기들은 아직도 이날에 축하 아닌 장난스러운 축하를 던진다.

(기프티콘 그만 보내라. 친구들아!)


오늘은 푸른 하늘의 날(당장 하늘을 보라. 정말 푸르다!)이고 곤충의 날이고 사회복지의 날이다.

무엇이든 기념하고 기억하기 좋은 날이란 의미일 게다.


오전부터 각종 검사로 지친다.

어젯밤에는 금식으로 생일이브를 자축했다.

밤 아홉 시에 할 엠알아이 검사를 기다리며 시크릿 서울이라는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한 놈씩 잡아다 손톱으로 죽이고 있다.

생일날 나에게 주는 가장 치욕적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기계에 누워 추우니 에어컨을 줄여달라고 하니 간호사는 리모컨을 뒤로 감추며 말한다.

 이 온도는 장비를 위한 거에욧!

말꼬리와 눈꼬리가 주삿바늘처럼 매섭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값비싼 병원장비같이 존중받는 인간이 되고 싶다.

정해진 구역에서 동물원의 타조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알을 낳을 정도로 푹신한 의자에서 한참을 있었고 그러나 알은 나올 기미는 안 보이고 친구 낙타라도 있으면 덜 심심할 텐데 사막으로 휴가는 갔는지 낙타등혹도 보이지 않는다.


아! 따분한 마이 귀 빠진 데이여!
매거진의 이전글 한 줌의 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