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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2. 2023

반지의 제왕

예순여덟 번째 글: 죽을 때 무덤에 가지고 갈 책

내가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온라인 채팅방의 이번 주 글의 주제는, '내 인생의 1권의 책'이다. 주제를 제시한 사람은 나인데, 사람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 이런 주제를 택하게 되었다.


나의 ‘1권의 인생 책’은, J. R. R. 톨킨, 『반지의 제왕』이다. 이 책은,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책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세 권을 다 읽어봤는데, 그중에서도 『반지의 제왕』이 단연 으뜸이었다.


처음 내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던 건, 대략 15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7권짜리로 된 책을 읽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읽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빽빽한 활자에 그나마 작은 크기의 책이다 보니 읽는 게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읽으면서도 왜 하필 이 책을 집어 들었지 하며 몇 번이나 후회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무려 2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었으니, 읽으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이 책을 언제 다 읽냐고 말이다. 고생 끝에 1독을 하고 사실 난 그 책에서 뭔가를 크게 깨달은 게 없었다. 그저, '휴우, 이제 겨우 다 읽었네.'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였었다.


그러던 내가 『반지의 제왕』에 흥미를 붙이게 된 건 아마도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2년 후엔가 다시 그 책을 집어 들게 되면서부터였다. 뭐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한 번 제대로 읽어보자,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완독에만 목표를 둔 나머지 슬렁슬렁 넘어갔던 부분이 두 번째 읽을 때에는 보다 선명하게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때부터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 구체적인 사건 등이 하나하나 눈에 각인되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반지의 제왕』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두 번을 읽고 나서 나는 그제야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모두 봤다.


난 원래 그런 패턴을 갖고 있다. 책도 나와 있고, 영화도 나와 있으면 두 가지 중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해 행동에 돌입한다. 우선 첫째로, 가능하다면 무조건 책부터 읽고 영화를 보는 방식을 선호한다. 두 번째, 영화부터 본 작품은 웬만해서는 책을 읽지 않으려 한다. 책부터 읽고 영화를 보게 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었고, 영화부터 보고 나서 책은 읽지 않게 된 작품이 바로 『해리포터』시리즈였다. 왜 그런지 명확히 설명은 할 수 없어도, 『해리포터』는 영화로는 몇 번 봤어도 그 이후에도 책에 도전하면 번번이 실패했다.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영화부터 보고 나면 뒤이어 읽게 되는 책이 너무 재미가 없다는 걸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책부터 본 경우에는 영화가 원작과 꽤 다른 면이 있어도 조금의 흥미도 잃지 않은 채 영화까지 보는 게 가능한데 말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세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쉽게 말해서 3부작이라고 보면 되는데, 1부는 『반지원정대』, 2부는『두 개의 탑』, 그리고 마지막 3부는『왕의 귀환』이란 별도의 제목을 갖고 있다. 모든 힘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우연히 갖게 된 호빗인 ‘프로도’가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다. 사실 이 반지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다양한 종족 중 가장 하찮은 종족인 호빗의 손에 들어간 과정을 그린 작품이 『호빗』이라는 별도의 작품으로 나와 있긴 하다. 어쨌거나 그 여정을 함께 할 원정대를 조직하여 떠나는 내용이 1부 『반지원정대』, 그 원정대가 반지의 파괴를 막으려는 절대악의 편에 선 적들과의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그린 것이 2부 『두 개의 탑』, 마지막 3부 『왕의 귀환』에선 주인공인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고 당당하게 귀환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얼핏 들으면 무슨 검에서 광선이 나오거나 용이 날아다니는 등의 황당무계한 그저 그런 무협 판타지쯤으로 여기겠지만, 정말이지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내가 추천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례로, 저자인 J. R. R. 톨킨은 자신의 직업인 영문학자 및 언어학자라는 이점을 살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여러 종족 중 하나인 요정의 언어를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방대한 세계관과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2년에 한 번 정도씩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정독하고 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면 영화도 정주행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마다 감흥은 늘 새롭다. 이런 말을 하면 이해할지 모르겠는데,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아마도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해 왔다. 물론 지금까지 난 내 주변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이 책을 완독 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나열하자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솔직히 그 어떤 말로도 감히 이 작품을 완벽하게 소개할 자신은 없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아들에게 나중에 내가 죽으면 『반지의 제왕』을 함께 관에 넣어 태워 달라고 했다. 아마도 언젠가 나의 글이 세상에 알려질 때가 온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가장 인상 깊은 책이 뭐였냐고 물으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지의 제왕』을 이야기할 것이다.

만약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완독 한 사람이 있다면, 혹은 정 안 되면 『호빗』이라도 읽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라도 꼭 『실마릴리온』, 『후린의 아이들』, 『호빗』,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차례대로 읽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J. R. R. 톨킨이 창조한 세계인 중간계(『반지의 제왕』의 모든 사건들이 벌어지는 주무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룬 대서사시들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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