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래 돌아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체한 듯 느낌이 들 때 조용히 되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봅니다.
브런치 여행 4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이제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서 어떻게 더 오래 혹은 더 짧게 머물어야 하는지, 혹은 얼마나 더 머물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무는 길에 남기는 흔적은 조심해야 함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마음이 흩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더 진하게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 정도를 미리 알 수는 없어서 경험이 있던 글에는 흔적이 될 언어를 더 세심하게 신경 쓰며 고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흔적이 세심하게 남는 건 아니지만요.
괜찮아요. 저만 괜찮은 게 아니고 같이 괜찮고 싶은 것도 욕심이란 것을 4개월 남짓한 브런치 여행에서 깨닫고 맙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흔들리는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하겠습니다. 그런 다짐을 하게 하는 여행 중입니다. 좋은 다짐이라 믿으면서요.
여행하며 계속 움직이면서도 때로는 정체된 느낌에 답답하기도 하고, 여행도 사람 일이라 분위기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이제 차분하게 세상을 지켜봐야겠다고 느끼면서도, 어떤 순간 어떤 글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고 맙니다. 후회하며 돌아와 지워버린들, 언제나 그 흔적은 그 원래 자리에 맴돕니다. 적어도 흔적을 남겼던 자신은 알고 있으니까요.
때를 만난 용기로 여행이 더욱 다이내믹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클릭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심장이 더 경쾌해지는 기분 좋은 긴장을 잘 견뎌낸 덕입니다. 스스로를 가두지 않겠노라는 다짐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려 이제 어쩔 수 없는 늪에서 진국을 마셔야 합니다. 허무하게 떠다니던 글이 한 곳으로 농도를 더하며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여행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상상하지 못합니다. 조심조심 손짓하는 곳으로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오늘도 마음속에 여행 가방을 쌉니다.
사진 2007년 제주 함덕해수욕장
#라라크루5기 (여행) #라라라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