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파업
일흔 번째 글: 무슨 파업을 밥먹듯이 하나?
한국 철도 노조에서 또 나흘간의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이유야 어쨌건 간에 불과 얼마 전에 파업을 했던 코레일에서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솔직히 욕지기가 먼저 치민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겠지만, 또 그 절박한 사정이라는 것도 다 어쩌면 철도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다.
사실 난 코레일에서 왜 이렇게 자주 파업하는지 그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모른다. 누군가는 매일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요구쯤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알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정당한 사용료를 치르고 철도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내가 굳이 그것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이다 혹은 몰상식하다고 누군가가 내게 얘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사회적인 계약 관계에서 정당한 사용료를 치른 이용자 입장에 선 나로서는 그 정도 태도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건가?
정기통근권이라 요금이 많이 저렴하다는 게 내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명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금이 적정 수준이든 저렴하든 그건 문제가 될 수 없다. 그건 이미 철도 측과 나를 포함한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거친 계약인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심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계약이 볼모가 된다면 그들의 주장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그건 어쩌면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14일, 즉 오늘부터 18일인 다음 주 월요일 아침 9시까지로 예정된 이번 파업에 대해서 한국 철도공사(코레일)는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은 불법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아무리 몰라도 나도 그 정도는 안다. 이렇게 사 측과 노조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에는 대체로 노조 측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일단 내게 피해를 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명분이 있든 이런 식의 파업은 정당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테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더 좋은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그들의 행동은 철도 이용자들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한심한 일도, 무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사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려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마다 누군가에게 차 좀 태워달라며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그저 화가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