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오류
일흔한 번째 글: 사실을 그대로 기억하기
살다 보면 해마다 뭔가가 갱신되는 걸 자주 목격한다. 어느 해보다도 유독 올해가 더 하다, 뭐 이런 식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예년에 비해 올해에 특히 더 더웠다거나,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에 비가 더 많이 내렸다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그런데 희한한 건 웬만하면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정이 그러한지 알 방법은 없다. 다만 유일한 방법이라면 귀찮더라도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각종 통계나 그래프를 보며 최근 몇 년간 기온이나 강수량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살면서 우리가 기상청 홈페이지에 몇 번이나 들어가서 날씨 관련 정보를 보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다음 해에 항상 기온이 높았다거나 비가 많이 온 게 사실이라면, 가령 한 100년만 지나도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진다거나 어지간한 육지는 다 잠길 만큼 비가 오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런 걸 기억의 오류라고 할 수 있을까?
기억은 사실 그대로 기록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 주관적인 해석으로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변형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걸 기억의 왜곡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가진 정보가 부족하거나 기대나 예측이 실제와 다르게 일이 일어날 때 우리의 편의에 따라 기억이 저장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으며, 망각과 함께 편집, 왜곡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가 자동차 주행 속도에 관한 지각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자동차 충돌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자동차가 접촉할 때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혹은 자동차가 충돌할 때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등을 물었는데 실험 참가자들은 충돌 시 속도가 더 빨랐다고 지각했다고 한다.
객관적인 사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의 편의에 따라 기억을 조작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왜곡의 과정을 거쳐서라도 지신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현대 사회란 서로의 편의에 따라 다르게 저장된 기억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얘기가 된다.
기억은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이로써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기억은 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올바르고 정확하게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