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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4. 2023

새벽 뜀박질

0459

사흘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내게 운동은 구기운동만이 운동이었다.

공을 쫓아 승부를 내는 운동이 아니면 달갑지 않았고 좀체 행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라켓도 없이 상대도 없이 코트도 아닌 곳에서 스코어도 따지지 않는 운동을 하다니!


첫날에는 무작정 나갔다.

계획적인 내가 '무작정'은 엄청난 도전이다.

목적과 방법도 가지지 않고 그야말로 작정 없이 나선 것이다.

간헐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로 걷기 시작했다.

걷는 것도 걷자고 마음 다지니 걸음이 어색했다.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

그냥 새벽공기 마시기에 만족해야지 했는데 20분이 지나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둘째 날에는 조금 일찍 나선 탓에 새벽 별이 제 몸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보다는 적지만 몇몇 어르신들이 걷고 있다.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며 걷고 있었다.

어제와 동일한 코스의 절반에 다다르자 걷는 것이 시시해지고 심심해져 몸을 고쳐 세워 전방을 주시한 채 숨을 골랐다.

뛰어보기로 했다.

가능할까. 지금 내 몸이 허락할까.

거의 제자리 뛰기 같은 뛰기를 시작했다.

걷기보다 느린 달리기다.

온몸을 송두리째 공중에 가볍게 띄었다가 사뿐히 바닥에 내려놓는 제자리인 듯 나아가는 듯 세상에서 가장 느린 뜀발질을 해보았다.

걷기와는 달리 온몸의 세포들이 출렁이며 요동친다.

흔드는 것 같기도 하고 뒤섞는 것 같기도 하다.

걸을 때와는 다르게 땀이 이른 시각에 맺힌다.

이동거리는 걷기보다 짧다.

움직임의 질이 달라진 탓일까.

우려했던 요통은 오히려 잠잠하다.

무리는 생각에만 있는 것이었다.

실재는 감내할 정도로 견고한 상태다.

막연한 생각들이 가로막는 것들이 이것뿐이랴.

글쓰기도 추상이나 발상에 갇혀 놓치거나 웅크린다.

어쩌면 연상이나 인상에 있을지도 모른다.

글쓰기도 새벽 운동처럼 시작했고 지금은 마라톤이 되었다.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나는 바뀌었다.

거창한 운동은 아니지만 새벽 뜀발질이 나의 흐트러진 균형을 다시 맞추는데 최적의 루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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