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활용법
일흔네 번째 글: 뭘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늘 글쓰기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얼마나 완성도 있는지, 너무 식상하거나 단순하진 않는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늘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가 재미가 없다거나 고통스럽진 않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렇게라도 쓸 수 있다는 건 내게 꽤 큰 축복이다.
어쨌거나 매일 쓸 거리가 있고, 표현력은 한창 미흡하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한 고민인지도 모른다.
주변의 지인들을 둘러보면 지금의 내 나이에 참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골프를 치고 있다. 서서 하는 것 중엔 골프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며 늘 내게 골프를 종용한다. 어떤 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는 데에 빠져 있고, 몇몇은 넷플릭스 등에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걸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또 더러는 운동삼매경에 빠져 밤낮없이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맛집 투어를 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직장 동료들은 지금 웹툰 보는 걸 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확실히 요즘은 할 게 없어서 무료하다는 말은 못 할 것 같은 세상이다. 당장에 유튜브 하나만 있어도 하루는커녕 몇 날 며칠 푹 빠져 지내도 손색없을 정도가 되었다.
내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다. 남자들도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특히 젊은 여자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아예 한 몸이 되어 지내는 사람도 꽤 있다. 만약 그런 그들에게 하루만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그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쥐여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전 세계의 와이파이가 딱 하루만이라도 먹통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고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국가적 재난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시쳇말로 집단적인 멘붕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폭동에 가까운 아노미 상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남은 시간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개인의 몫일 테다. 최소한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남이야 골프를 치든 넷플릭스로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보든 간섭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시간 소모용 활동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고 쳐도 당장 내 가족만 해도 그렇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들, 틈만 나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소일하는 아내. 그들에게 차마 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해 보는 게 어떠냐는 말조차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내게, 글쓰기 같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지극히 소모적인 일에 그만 매달리라는 말까지 하니까 말이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들은 내게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그다지 나쁜 방법은 아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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