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Sep 18. 2023

무례한 이들

일흔다섯 번째 글: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다나요?

웬만하면 타인의 댓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정작 가 의도하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며칠 동안 모르는 몇몇 사람이 글에 달아놓은 댓글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제가 쓴 글은 코레일 파업의 취지에는 공감이 가나 철도 이용자들을 볼모로 한 파업에는 지지할 수가 없다, 불편해 죽겠다는 글이었습니다.

일단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라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기분이 상한 건 그들의 저돌적인 태도였습니다. 보통은 누군가의 계정에 처음 댓글을 단다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대개 '안녕하세요,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만...' 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지 않나요?그런데 그들은 그런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더군요.


첫 번째 댓글은 네이버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무례한 댓글이 아닌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분의 말은 그렇습니다.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 이게 다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한 대의적 투쟁이다. 민영화되면 기차표 껑충 오를 텐데 어떻게 타고 다닐래? 그러니 불편해도 네가 참아라.


졸지에 소인배 취급을 받은 것도 기분이 안 좋지만, 철도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 소수의 통근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 논리일까요?

답글 달아봤자 본 적도 없는 사람과 괜한 소모전을 벌일 것 같아 넘겼는데, 이번엔 이곳 다음 브런치 달린 댓글이 또 제 속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봤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모르는 거 있으면 찾아보라고 훈계까지 합니다. 즉, 자기들은 생존권을 걸고 하는 투쟁이니 왜 파업하는지 좀 알아보고 불평을 해도 하라고 합니다. 만약 이 댓글을 쓴 사람이 제 앞에 있다면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죠? 좋습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기차 통근자들의 수가 얼마나 되고, 이번 파업으로 인해 얼마만 한 불편을 겪게 될지에 대해 찾아봤나요?


차라리 가 쓴 소설에, 소설이 뭐 이따위냐고 한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설픈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을 고려해 보다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다며 기쁘게 답글을 달았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분은 다른 분들보다는 예의를 갖췄으나, 제가 말한 사회적 계약(왕복 운임의 60%선에서 일 운임을 징수하므로 일반적인 표 구입 시보다 저렴한 건 사실이나, 그건 애초에 이를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코레일 측과 철도 이용자 측의 사회적 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시로 발생하는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철도 이용자의 의견이 어찌 강자의,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에서 우리에겐 애초에 없는 공권력이 왜 나오는 건지요?


왜 이렇게 무례한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대뜸, 네가 알고 있는 건 죄다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지금부터 똑바로 말해줄 테니 단디 들어라, 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코레일 2차 파업,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이젠 무서워서 글도 못 쓸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가 활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