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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9. 2023

교환 소설 쓰기

언제쯤 써볼 수 있을까요?

런 형식의 글을 별도로 뭐라고 지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마치 두 사람이 교환하듯이 쓴 소설 말입니다. 일단은 적절한  명칭을 모르는 관계로 교환 소설이라 명명하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에게 "냉정과 열정 사이"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권할 만한 소설은 더더욱 아닙니다. 굳이 별 5개짜리로 평점을 매긴다면 에쿠니 가오리 별 2개, 츠지 히토나리 별 4개 정도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그때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만 없었다면 읽다가 몇 번이라도 집어치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제게는 거부감을 일으켰습니다. 남자의 입장을 대변한 츠지 히토나리의 스토리는 충분히 공감이 갔지만, 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혹은 그 당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여자의 입장을 대변한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욕지기만 치밀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한 가지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언젠가는 이런 형식의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환소설을 쓰려면 글 쓰는 솜씨가 우선은 와 비슷한 수준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보다 훨씬 잘 쓰면 가 자신 있게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본의 아니게 끌려다니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같이 소설을 써 나갈 상대방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 번은 남자의 입장에서 또 한 번은 여자의 입장에서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 조건은 까다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이 써야 할 누군가와 어느 정도의 친분도 형성되어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와 문학적 코드도 맞아야 할 터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글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관념적인 글을 쓰는 상대방이라면 정중히 사양하게 될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상대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을 거둔 적이 없으니까요. 일단은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그나마 글을 쓰는 몇 사람을 떠올려 봐도 굳이 장르를 논하자면 그들의 십중팔구는 수필을 씁니다. 요즘 '내 책 쓰기 열풍'이 분 탓일 겁니다.


​가끔씩은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같이 소설을 써 나갈 누군가를 알게 되어 한동안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스토리를 구상하고 등장인물과 배경 등을 설정합니다. 굳이 오프라인으로 만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것도 각오해야 합니다. 대략적인 구상이 끝난 후, 누가 먼저 쓸 것인지를 정하고 나서 둘 중 한 사람이 첫 회를 씁니다. 첫 회가 올라오고 나면 대략 3일 안에 나머지 한 사람이 다음 회 분의 글을 써서 올립니다. 한 사람이 남자의 입장에서 쓴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여자에 빙의하여 쓰면 됩니다. 물론 그것이 꼭 남과 여로 나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입장 차이나 다른 성향을 지닌 두 등장인물, 즉 부모와 자식 혹은 동성 친구의 이야기라도 무방합니다.


​언젠가는 이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생각할수록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래의 그날을 위해 스토리 정도는 구상해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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