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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22. 2023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불만이 없다면, 그래서 사는 것 자체가 그저 즐겁고 편안하다면 우린 그를 일컬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만약에 다른 것은 다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어떤 한 가지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어떨까요? 그도 어쩌면 어떤 면에서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딱 그렇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일들에는 다소 회의적이더라도 한 가지 일에 빠져 지낼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로도 이미 저는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들은 괜찮습니다. 적어도 그런 부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설령 죄다 불만투성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다행인지요. 비록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언어들로 저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니 최소한 저는 이것으로 제 숨통은 열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원고의 마감에 내몰리고 독자의 반응에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하는 전업작가가 아니니 누구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실상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일입니다. 지금 이 글도 처음 시작했을 때 'ㄱ'을 입력했으니 뒤이어 'ㅡ'과 'ㄹ'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입력한 한 글자 한 글자가 어느덧 한 문장이 되고, 몇 개의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었습니다. 문단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그 각각의 흐름들이 모여 이내 한 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아요(라이킷)'의 숫자가 적고 다른 사람이 쓴 글보다 제 글의 조회수가 낮게 나와도 글을 쓰는 제 마음을 흔들지는 못합니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고심할 이유도 없이 해답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라이킷'이 적은 것은 제 글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고 못 쓴 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조회수가 적은 것은 저 역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중요한 것은 쉼 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요즘 하루 24시간 중 3시간 정도 글을 씁니다. 앞에서 제가 글을 쓸 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했으니, 따지고 보면 하루 중의 1/8만큼 행복을 느끼며 사는  셈입니다. 1/8, 즉 12.5%만 행복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이 계산이 틀림없습니다만, 실제로 제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거의 80%를 상회하는 것 같습니다. 87.5%의 시간을 제가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일에 투자하고 있으나, 글쓰기에서 오는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가끔은 건축물의 조감도를 들여다보듯 저의 위에서 혹은 저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 저를 바라볼 수 있고, 꽤 많은 경우엔 초고배율의 전자현미경에 눈을 갖다 댄 채 제 세포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조감과 관찰의 힘으로 이전과는 색다른, 낯선 저를 표현하게 되고, 그 낯섦 속에 저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저를 표현할 수 있어서, 그리고 매일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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