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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Sep 22. 2023

반드시 성공하는 글쓰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첫 문장을 일단 던져 놓고 글을 써 보십시오. 흔히 글을 쓰고자 할 때 자주 하는 실수는 너무 많은 것을 구상한 뒤 쓰려고 하다가 결국엔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서론-본론-결론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서두를 어떻게 열 것인지, 뭐 이런 것들을 구상해 놓고 글을 쓰려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써 오신 분들이나 여러 번 비슷한 내용을 써온 덕분에 머릿속에 내용이 구조화되어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보통 처음 꺼내는 주제를 써낼 때는 그냥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실 머리로 구상해서 글을 써내는 사람도 그렇게 되기까지 반복해서 글을 써온 사람입니다.


글을 한 편 쓸 만큼 생각이 다양하지 않고 깊이가 없다고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에, 처음 생각한 것을 글로 써놓고 그 뒤에 살을 붙여 나가기 시작하면 됩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발전됩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마지막에 글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이왕 생각을 할 거면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게 더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글을 쓰면 어차피 생각하게 되어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암산보다는 써 가면서 푸는 게 정확한 것처럼, 글도 그렇습니다. 쓰면서 생각하면 됩니다. 


완결되지 않은 생각이어도, 다소 보완점이 보이더라도 괜찮습니다. 모든 면을 처음부터 다 고려해서 글을 쓰려고 하는 생각, 바꿔 말하면 완벽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마음이 글쓰기를 못하게 막습니다. 삶 속에는 많은 경험이 있고,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앉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 중 한 가지를 써내려 가면 됩니다. 쓰면서 생각합니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생각이 발전되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곁가지를 치기도 합니다. 


한 번에 완성품을 꺼내 놓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사실 글에는 완성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뺄 것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 다듬어도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보면 바꾸고 싶은 내용이 있고, 때로는 덧붙이고 싶은 내용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글에도, 생각에도 완성은 없습니다. 삶에도 완성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처럼 글쓰기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완벽한 한 편의 글을 써내려고 하기보다, 그저 오늘의 글을 묵묵히 써내려 가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써야 합니다. 소재를 떠올리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이미 삶 속에는 많은 소재가 있고,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것은 그저 앉아서 글을 쓰는 것뿐입니다. 지금 퍼뜩 스치는 생각도 좋고, 과거의 인상적인 경험도 좋고, 아니면 원하는 것은 만들어내도 됩니다. 다만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어쩌다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찾기 위해서인지,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펜을 샀기 때문인지 뭐라고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어서 ‘어쩌다가’라고 합니다. 글을 왜 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돈이라도 되면 돈 벌려고 글 쓴다고 둘러댈 수나 있지만 그것도 아니니 둘러댈 말도 없습니다. 그래서 글 쓰는 이유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글쓰기가 싫은데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유를 찾아야 하겠지만, 이왕지사 글쓰기가 좋고 재밌어서 글을 쓸 것이라면 이유 같은 것은 찾아 뭣하겠나 하는 마음입니다. 하기 싫은 일엔 이유라도 있어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반대로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이면, 그저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 일을 할 때 즐겁고, 몰두할 수 있고, 타인을 해치는 일도 아닌 다음에야 이 일을 기쁘게 선택해서 하는데 이유를 찾아야 할까요? 그런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거기에 흠뻑 빠져 드는 게 제일 중요한 일 아닐까요?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글을 왜 쓰는지 같은 의문들은 글을 쓰다 보면 글 속에 담겨 있으리라 좋을 대로 생각해 버리려 합니다. 아무튼, 어쩌다가 글을 쓰게 됐고 글이 좋아졌으니 이제 중요한 것은 글을 왜 쓰는가가 아니라 그래도 이왕 쓰는 거 좀 잘 써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섭섭하게 들으실 수도 있지만 뾰족한 답은 없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쓰려면 관찰을 잘해야 한다.’ ‘경험을 재구성하기 쉽게 기록을 해야 한다.’, ‘많은 작품을 읽어라.’ 등 많은 조언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뜯어보면 글쓰기에 관련된 조언들은 모두 ‘글을 써라.’라는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글이 좋아지고 난 뒤로, 글 쓰는 방법 같은 것을 몇 가지 찾아봤습니다. 제가 세상의 모든 글쓰기 방법론을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저의 결론은 ‘글을 잘 쓰려면 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연습을 하는 운동선수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안 쓰는데 잘 쓸 수 있다고요? 저도 좀 알려주십시오.) 이유는 전혀 모르지만 글을 쓰는 일이 즐거우시다면, 그리고 조금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남은 일은 글을 열심히 쓰는 것뿐입니다. ‘쓰고 싶지 않은 날’은 있어도, ‘쓸 수 없는 날’은 없습니다. 쓰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쓸 수 없어서 못 쓰는 날은 없기에 글이 쓰고 싶다면, 매일, 언제든 글을 쓰시면 됩니다. 골몰히 글감을 떠올리느라 글을 못 쓰고 계시진 않나요? 일단 글을 쓸 수 있도록 자리에 앉아 보십시오. ‘글을 써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네.’라는 생각은 그만두시고 일단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 보시는 겁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와 ‘글을 써야 하는데,’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 그뿐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글쓰기를 연습합니다. 몸이 아파서 가눌 수 없을 정도가 아니면 왠만해서는 아침 글쓰기를 거르지 않습니다. 이때 저의 원칙은, 최소 30분간 쓰기, 그리고 멈추지 않고 쓰기입니다. 오로지 쓰는 행위에만 집중합니다. 흔히 별 생각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생각이 하나도 없고 텅 빈 상태는 없습니다. 무엇이든 머릿속에는 떠다니고 있게 마련인데, 오히려 계속 생각함으로써 여러 가지 필터를 통과하면서 다 걸러져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바에야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썼던 것을 다시 읽기 위해 멈추지 마십시오. 정해놓은 시간이 될 때까지, 멈추지 말고 쓰십시오. 처음 생각으로 무엇이 떠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펜으로 써도 좋고, 노트북을 펼쳐 써도 좋습니다. 자신만의 도구를 고르고, 중간에 멈추지 말고 써내려 가십시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마십시오. 스스로도 너무 자주 읽지 마시고, 가끔 궁금하면 펴 보되 자주 읽으면서 글에 대해서 생각지 마십시오. 오로지 쓰는데만 집중해 보십시오. 맥락도 주제도 없어도 됩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쓰는 데에만 집중하십시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 글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고 고심을 거듭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전보다 더 글을 자주, 많이 쓰게 될 것이고, 고심하느라 글을 못 쓸 때와 비교해서 글을 잘 쓰게 될 것입니다. 내 글도 생기고, 글을 쓰면서 생각도 단련하고, 글도 잘 쓰게 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아침 시간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눈 뜨자마자 출근 생각에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계시다면, 아침에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글을 써보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할 일이 있다는 것, 눈 뜨자마자 달려갈 곳이 있다는 것, 나를 풀어놓을 곳, 내 얘기를 들어줄 곳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결코 끊을 수 없는 습관, 포기할 수 없는 아침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글을 쓰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됩니다. 단어 한 개, 그리고 단 3분이라도 글 쓰는데 투자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도구만 있으면 됩니다. 쓸 것이 없는 경우는 없으니, 사실상 필요한 건 글을 쓸 시간뿐입니다. 얼마가 됐건 상관없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시고,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십시오. 생각하지 마십시오. 검열하지 마십시오. ‘읽을만한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글쓰기가 좋아지실 겁니다. 글도 좋아질 것이고, 생각도 발전할 것입니다. 글쓰기를 위해 낸 3분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사진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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