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아홉 번째 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긴 합니다만…….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처음으로 어제 하루 글을 쓰지 않고 건너뛰었다. 물론 단 한 편도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다른 건 몰라도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두 곳의 매거진에 매일 한 편씩의 글을 쓰겠다는 내 결심을 어제는 본의 아니게 어기고 말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지난 한 주간의 생활이 내게 꽤 과부하가 된 모양이었다. 내 하루 일과는 조금의 빈틈도 없이 아침 6시 전후 집을 나서서, 다시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저녁 7시 10분 전쯤이 된다. 최소한 몸이 그렇게 1년 반이 넘게 맞춰져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게 되면 몸이 금방 알게 되는 것 같다.
화요일은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었고, 수요일은 수업선도교사 심사 공개수업이 있었다. 다들 내게 참 대단하다고 했다. 그게 정말 대단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을 두 가지나 붙여서 할 생각을 했느냐는 뜻이겠다. 몸의 피로함은 그렇다고 쳐도 맞다, 이 두 개의 공개수업을 앞두고 정신적인 피로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계획한 것이니 두말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긴 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원래 수업공개가 있기 한 주전에 학부모 상담을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상담을 미뤄야 할 것 같아 학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수요일 오후부터 상담을 했다.
난 상담할 때 퇴근 시간을 설정해 두지 않는다. 어떤 학부모님이 직장 일로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 저녁 7시에 대면상담을 원하면 기꺼이 상담에 응한다. 그러다 보니, 공개수업이 끝난 날부터 일단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매번 퇴근하면 저녁 10시 40분 정도가 된다. 대면 상담 10건, 전화 상담 9건. 게다가 내 천성이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전화 상담에는 최소 30분을, 대면 상담은 1시간은 기본으로 한다. 며칠 전 한 어머님과는 2시간 40분 동안 상담을 했다.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으냐고 하겠지만, 글쎄, 대화의 코드가 맞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좀 생뚱맞겠지만, 2시간 40분 후에 그 어머님에게 내가 한 말은 이것이었다.
"어머님! 전 어머님도 글을 쓰시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어제 드디어 녹초가 되고 말았다. 탈진, 방전, 뭐 그런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손가락 하나도 들 힘이 없었다고나 할까? 억지로 힘을 내어 일주일에 한 편씩 업데이트하는 장편소설, 『어떤 이의 꿈』을 써서 올렸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글을 써야겠다.'
매거진, 「매거진은 청바지가 아니다」와 매거진, 「글쓰기에 대해 말할 수 있다」에 1편의 글을 써야 했다. 대체로 이 두 곳에 쓰는 글은 아침 혹은 오전 중으로 마무리되지만, 조금 밀리는 날이면 어쨌거나 글을 올려야 하루의 일을 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 하루는 두 군데 모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매거진은 청바지가 아니다」에는 처음으로 글을 올리지 않은 날인 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내 글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글을 올리는 것도 아니면서, 하루 건너뛰었다고 해서 그게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엔 기록하고 넘어가야 한다. 누구보다도 내 자신은 내가 잘 안다. 이렇게 하루 글을 건너뛰었을 때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경우엔 그렇다. 하루 글을 쉬면 다음 날도 쉬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하게 일게 된다. 그걸 막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무식하게 매일매일 일수 도장 찍듯 글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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