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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07. 2023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008: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

『모모』는, 동화치고는 360여 쪽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부터 잠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 책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함, 박진감, 빈틈없는 짜임새, 개성적인 캐릭터들……. 아마도 이 작품은 갖다 붙일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점들은 다 허용될 만한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현실에서 가상 시공간으로 넘나드는 것, 그것이 판타지 문학의 특성이라 했습니다. 물론 난데없이 동물이 말을 하거나 무슨 작전 따위를 구상하며, 집 주변에 가상 세계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판타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 문학적 장치엔 다 그만한 이유와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같은 작품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 속에 놓인 여러 가지 장치들은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통한 울림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이 시간을 관리하고 그래서 인생에 있어 그 많은 시간들 때문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 죽는 그날까지 시간을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해 사용(?)하자는 일종의 교훈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요? 뭐,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간단히 요약해 보면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은 금이다.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그 소중한 것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자!


잠시만 인간 세상사를 돌아보면, 너무도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하루가 1년 같이 변화되는 사회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처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한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하느냐 하는 데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게 아닐까요? 현 세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넘쳐나는 자기 관련 서적들 속에서도 심심찮게 시간의 중요성을 다루는, 이른바 시테크의 개념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놓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모모』에서는 철저히 이를 경계하고 있다. 정체불명이던 회색 신사, 남의 시간을 빼앗아야 자신의 존재가 성립되는 시간저축은행 종사자들의 어긋난 행동을 통해, 감히 거슬러 갈 수 없는 시간 여행에 도전장을 내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가 깊어집니다.     

순수한 동심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을 방어하고 비뚤어진 현실에 몸을 던져 이를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용기까지 지니고 있는 모모, 그래서 결국은 모모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삶 전체를 뒤바꾸어 놓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뺏어 가 철저히 사람들을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이게 만들어 버렸던 회색 신사들, 각자의 의미 있는 시간들을 돌려주기 위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수많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모모. 모험의 용기와 방법을 가르쳐 준 호라 박사가 이들 회색 신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시간을 멈추어 버리자 자신의 생존 수단인 저장된 시간을 찾기 위해 시간저축은행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는 회색신사들을 향한 모모의 역추격…….      


단순히 있을 수 없는 황당한 공상에 그치는 얘기라고 하기엔, 시간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생각이 작품 전반에 묻어나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 작가의 것이라서 철학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깊이가 부족한 기교 위주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 역시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대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여기에서 얘기하고 싶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그 어떤 판타지 작품도 이에 필적하기 힘들 만큼 강렬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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