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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3. 2023

딱 한 번 바뀌었다는 한글 맞춤법

013: 장수하늘소의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맞춤법』을 읽고…….

일전에 국어와 관련한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뭐, 주제는 '우리말 알고 바로 쓰기'와 같은 것이었는데, 강사로 나온 분은 국어학을 전공해서 모 대학에 전임교수로 있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다들 우리말이 참 어렵다고 하지요? 여러분들은 과연 우리말 맞춤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나요?"

그러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선생님에게 구체적으로 물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예전엔 정말 잘 알았는데 하도 자주 바뀌니 요즘은 많이 헷갈리네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는데, 강사가 한 번 크게 웃으며 우리에게 반문했습니다.

"정말요? 언제 그렇게 자주 바뀌었대요? 제가 알기로는 딱 한 번 바뀌었었는데……."

모두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강사 말로는 부분적으로 수정된 적은 몇 번 있었어도 한글맞춤법통일안이 1933년에 제정된 이후로는 딱 한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55년을 유지되다 비로소 1988년 1월 14일 한글맞춤법 개정안이 표준어규정과 함께 발표되었다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자주 바뀌어서 헷갈린다고 했던 그 선생님의 말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지요.


아마도 위의 일화는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늘 쓰는 우리말이라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사실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정도로 혼동되는 사항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외국인들도 생각보다 우리말을 배우기 어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말 전체를, 혹은 사전에 나오는 모든 단어들을, 또는 띄어쓰기나 올바른 철자법에 대해, 그 모든 사항들을 반드시 알아야 되는 건 아니겠지만, 교양인이라면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맞춤법』은 분명히 어린이들을 겨냥하고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도 어른들에게 제법 도움이 될 것 같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자신만만한 답변들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일상생활에서의 올바른 국어 사용이란 측면은 물론 누구에게든 우리말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서 조금의 모자람도 없지 않겠나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은 다소 학습 만화서에 가깝습니다. 책 전체로 봤을 때 왼쪽 페이지는 만화로 되어 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맞춤법들에 대해서 적지 않은 지식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낱낱의 지식들이 전체적인 맞춤법이란 틀을 형성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가 익혀 두면 분명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고, 적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체면을 구길 만한 일들은 다소 피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보건대 다룰 만한 사항들은 제법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국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혼동되는 것들을 위주로 뽑아놓은 것이니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펴 보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딱딱한 학술서적 같은 책들을 꺼리는 사람들이라면 감히 이 책을 한 번쯤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만화야 우리들 눈에 들어올 계제도 아니겠지만, 잘못 쓴 용례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그동안 국어 지식에 있어서 취약했는지, 그래서 어떤 사항들을 익혀 나가면 좀 더 효과적이고 교양 있는 국어 사용인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0문제만 아래에 제출해 보겠습니다. 과연 여러 작가님들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 아래의 문장을 읽고 맞춤법이 맞는 것은 ○를 틀린 것은 X를 하시오.     

(1) 철수야, 너 마저 떠나는구나!     

(2) 맨드라미, 봉숭아꽃, 분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3) 녀석이 히죽 웃으며 말을 건넸다. "너, 반장이 안됐다며? 정말 안 됐다."     

(4) 선생님께서 갑자기 학교를 옮기신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5) 이제 내게 남은 건 너 하나뿐이다.     

(6) 누군가가 날 노려보는듯 했다.     

(7) 벌써 오십만이천육백 원이란 돈이 내 통장에 들어 있다.     

(8)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윗옷을 입지 않고 나갔다.     

(9) 엄마는 2호선을 타고 가다가 을지로 3가에서 3호선으로 바꿔 타라고 하셨다.     

(10) 바닷가재의 껍질을 망치로 깨면서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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