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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닥치고써 Oct 14. 2023

점원의 배려

백다섯 번째 글: 혹시 사장님이 아닐까요?

집 앞 파스쿠찌 매장에 왔습니다. 많이 와봤자 1주일에 2번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1번쯤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굳이 비싼 돈까지 줘가며 별로 맛있지도 않은 커피류를 마시면서까지 여기 오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저에게 아내는 집이 시끄러운 것도 아닌데, 무슨 글을 그런 데까지 가서 써야 하느냐고 합니다. 그게 전문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글을 써 본 사람은 압니다. 집에서는 글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막말로 혼자 집에 있는 게 아니라면 집이란 곳은 아무리 조용해도 신경이 쓰이는 곳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글을 쓰라니요?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라도 글을 쓰려면 일단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곳이라야 합니다. 주변의 소음 정도가 어떠나 하는 점은 그다지 고려할 요소가 못 됩니다. 다소 시끄러워도 상관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신경 쓸 거리가 있다는 게 더 방해 요소가 됩니다. 가족이 듣는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글을 쓸 때 가족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큰 방해는 되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 가족이 있을 때 혼자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쓴다는 것은 어지간히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일이 못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매장에 나왔습니다. 매번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여기에서 본 점원이 대략 서너 명쯤 됩니다. 각양각색의 외양을 한 점원들이니 그들이 매장 내에서 보이는 행동도 각양각색입니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의 행동을 품평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매장의 사장이 하면 될 일일 테니까요. 어쨌거나 저는 서너 명의 점원 중에서도 특히 한 점원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오해는 금물입니다. 그야말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장 손님 대 점원으로서의 호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그 점원은 매장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점원이 흡연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절대 매장 내에 손님이 있을 때에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여기 오지 않고, 매장 내에 다른 손님이 없을 때 담배를 피우러 갈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단 한 번도 그녀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담배를 피우면서 너무 야박한 게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지금 말하려는 것은 흡연이나 비흡연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장 점원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전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냅킨 두어 장과 빨대를 챙기곤 합니다. 주문하는 카페모카가 따뜻한 음료이니 굳이 빨대가 필요하겠냐고 하겠지만, 글을 쓰다가 얼굴만 오른쪽으로 돌려 한 모금 빨아들이면 되기 때문에 꼭 빨대를 챙깁니다. 올 때마다 매장 점원이 바뀌곤 하지만, 또 늘 같은 메뉴를 주문하곤 하지만, 별도의 요청이 없어도 이 점원은 꼭 냅킨 두어 장과 빨대를 같이 챙겨서 음료를 내밉니다. 사소한 것이긴 하나 어쩌면 그 점원은 매장에 오는 손님을 그만큼 유심히 관찰했다는 얘기가 되는 셈입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르바이트 점원이 아니라 혹시 이 매장의 사장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얼굴만 봐서는 솔직히 나이 짐작은 안 됩니다. 네, 맞습니다. 마치 본인의 가게인 것처럼 그렇게 근무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점원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그 점원이 있을 때면 글이 조금은 더 잘 써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몰라도 제 느낌상으로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쩌면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매장 내에서 좋은 인상을 받다 보니 그런 좋은 기분이 전해져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그러면 그 점원이 언제 근무하는지 물어보고 글 쓰러 가면 되지 않느냐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말을 해서 싱겁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그 점원에게 가서 (만약 매장 사장이 아니라면) 언제 근무하는 날 혹은 시간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죽하면 그러고 싶을 정도로 저 점원이 있을 때만 파스쿠찌에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곤 합니다. 아무튼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별것 아닌 점원의 배려에 또 한 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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