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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5. 2023

너도 작가냐?

백여섯 번째 글: 작가는 아무나 하나?

8월에 저는 작가라는 호칭에 대한 짧은 제 생각을 이 공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책 한 권 출간한 적이 없는 저에게도 여기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들께서 저를 '작가'라고 지칭해 주시는 이상, 저 역시 그분들에게 '작가님'이라고 불러드리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불러드리는 데 있어서 굳이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거나, 당신은 책 출간 경험이 없으니 그러면 작가가 아닌 것이다,라고 말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우선은 이 플랫폼 자체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작가'라고 지칭하는 것만 봐도 적어도 이 공간에선 글벗님들에게 당연히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제가 쓴 그 글에 어떤 댓글이 달렸기에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열어봤습니다. 일단 제 원칙은 그렇습니다. 그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제 방에 들러주셨다는 점에서, 게다가 그렇게 읽을거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 글을 읽어주신 데다 댓글까지 달아주셨으니 답글을 다는 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댓글을 열어보고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참, 참고로 이 글이 그렇게 댓글을 달아주신 분을 시쳇말로 '까기'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서 통용되는, 작가라는 호칭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쓰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그 댓글을 확인한 순간, 솔직히 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분이 점점 나빠졌습니다. 뭐랄까요? 이곳에 계시지만 출간한 경험이 없는 글벗님들에게 '작가'라고 부르는 제가 너무 생각 없는 사람 같아 보였고, 저에게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그 많은 글벗님들의 그런 호의에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댓글이 달렸으니 답글은 달아야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는 제가 단 답글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분이 어떤 말을 했고, 과연 그렇다면 '작가'라는 호칭은 어떤 사람들이 들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라는 개념을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곳에 입성한 모두가 작가임에 문제가 없다니,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군요.


대뜸 댓글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차 떼고 포 떼고 단순화하자면 '너도 작가냐?'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도발적인 댓글을 달았다면, 그것도 본 댓글과 답글 외에는 단 한 번의 교류도 없는(그분도 그 이후로는 제 글을 읽은 적이 없고, 저 역시 두 번 다시는 그분의 방에 가지 않습니다) 저에게 이런 댓글을 달았다면 그 뒤에 구구절절한 해명이 이어질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작가의 근간을 이루는 '예술적 창작'이 지닌 관념은 보다 많은 이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해 때문에 글쓰기에 충일하면서도 아직도 제 자신을 작가로 여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댓글을 단 그분은 어떻게 보아도 '작가'라는 호칭을 들어 마땅한 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지만,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이력도 갖고 있으며, 다양한 공모전에서 이미 입상은 물론 문학상까지 수상했던 분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 분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작가를 꿈꾸고 있는 저 같은 얼치기에겐 더더욱 귀한 말씀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본인의 글에서 '예술적 창작'의 성질이 미미함을 느낀다고 하셨고, 그것 때문에 미완성의 부끄러움을 갖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작가이든, 작가를 꿈꾸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이든 유념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몽테뉴, 베이컨, 소로, 헤세, 참스 램, 스티븐슨, 헤즐리트, 임어당, 이어령, 박완서, 법정, 김훈, 최민자 같은 분들의 글은 사유나 표현에 있어 농담이 풍부한 달관의 경지로 거침없이 일필휘지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휘광을 갖습니다. 그들이 심혼의 열정으로 익혀 낸 열매. 그 농익은 맛과 인지도 등으로써 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작가'인 것입니다.


그분은 적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은 '작가'라고 지칭했습니다. 왜 그들을 작가라고 지칭한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위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의 글은 사유나 표현에 있어 농담이 풍부한 달관의 경지로 거침없이 일필휘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심혼의 열정으로 익혀 낸 열매인 작품을 생산하는 그들은 진정한 작가라고 말합니다. 만약 그분이 제 앞에 있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물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조정래 선생은요? 황석영 선생은요? 이문열 선생은요? 그들은 작가가 아닌가요?
그리고 법정은 스님이지 그분이 어떻게 작가인가요? (저에게 댓글을 단) 작가님 말씀처럼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는 것이 '작가'라는 호칭이라면 스님이라는 확실한 직업(?)을 가진 법정 스님에게 '작가'라고 지칭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나요?


너무 적나라하게 댓글을 적은 것이 저으기 했던 것인지, 아니면 굳이 '당신들은 작가라는 호칭을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다음의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곳에 입성하신 분들 중에도 분명 <작가>도 더러 계십니다. 익명이셔도 창작이 예술적으로 이루어진 글의 품새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런 분들과는 달리 '글 쓰는 행위를 하는 집필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존감을 위해 <작가>라는 자기 입신의 합리화와 정당화를 부르짖는 많은 분들이 이곳에 계십니다.


만약 제가 이 말을 했다고 가정하고, 왜 이렇게까지 이상한 논리를 펼치는 걸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은 이런 말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입성해서 시스템상에서의 배려(?) 덕분에 '작가'라는 호칭을 듣는 54,000명에 가까운 작가님들 중에서, 댓글을 적으신 그분이 인정하는 사람만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그분은 한 번 더 힘주어 강조합니다.


그말은 자기 위로로 갖는 일이니 나무랄 수도 없고, 서글픈 현실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작가님들의 앞에서 누군가가 이런 논리를 펼친다면 작가님들은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까? 고작 제가 제 위로를 위해서 다른 분들이 불러주는 그 '작가'라는 호칭에 일희일비하고, 다른 작가님들 역시 제가 불러드리는 호칭에 기분이 좌우될 거라는 논리가 타당하다고 생각이 드시는지요?

 

<작가>는 자기 기분을 갖는 직분이 아니라, 소명을 갖는 직분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나, 고백이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쓰기 정도로 될 일이 아닙니다. 나를 나타내건, 사물을 나타내건, 꿈을 나타내건, 인간사의 풍요로움을 위한 농익은 열매 같은 계시를 일궈내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역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전문 작가의 글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지만, 앞으로 웬만해서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설령 그분에게서 배울 것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 배움은 제가 먼저 사양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단 한 마디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도 없는 분이 감히, 저에게 넌 소명이 없다고 단정 짓습니다. 네 기분 때문에 '작가'라는 이름을 남발하지 말고, 남들이 생각 없이 불러주는 그 호칭에 너무 설레발치지도 말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가>라는 전문성에 유의하여 그 질서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쎄요,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저에게 질서를 지키라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제가 이 '질서'라는 말을 혹시 '신분 질서' 정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도대체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지 되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신분 질서를 어기면 사회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도 작가라고?
택도 아닌 게 어딜 감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꼭 이렇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그분이 이글을 보든 안 보든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 그 자가 바로 작가다!


어제 이 시각부터 만 하루 동안 7편의 글을 쓴 제가 작가가 아니라면, 누가 작가이겠냐고 말입니다. 이 방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들, 오늘 하루 글을 썼고, 만에 하나 오늘 못 썼다고 해도 어제나 그저께 글을 썼다면 그분이 작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작가이겠냐고 말입니다. 저처럼 영글지 못한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이 안 그래도 정제되지 않은 글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납득은 할 수 있긴 합니다만, 자기 만의 관념을 가둬 둔 채 한 편의 글조차 발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어찌 작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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