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섯 번째 글: 작가는 아무나 하나?
작가라는 개념을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곳에 입성한 모두가 작가임에 문제가 없다니,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군요.
작가의 근간을 이루는 '예술적 창작'이 지닌 관념은 보다 많은 이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해 때문에 글쓰기에 충일하면서도 아직도 제 자신을 작가로 여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몽테뉴, 베이컨, 소로, 헤세, 참스 램, 스티븐슨, 헤즐리트, 임어당, 이어령, 박완서, 법정, 김훈, 최민자 같은 분들의 글은 사유나 표현에 있어 농담이 풍부한 달관의 경지로 거침없이 일필휘지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휘광을 갖습니다. 그들이 심혼의 열정으로 익혀 낸 열매. 그 농익은 맛과 인지도 등으로써 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작가'인 것입니다.
그러면, 조정래 선생은요? 황석영 선생은요? 이문열 선생은요? 그들은 작가가 아닌가요?
그리고 법정은 스님이지 그분이 어떻게 작가인가요? (저에게 댓글을 단) 작가님 말씀처럼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는 것이 '작가'라는 호칭이라면 스님이라는 확실한 직업(?)을 가진 법정 스님에게 '작가'라고 지칭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나요?
이곳에 입성하신 분들 중에도 분명 <작가>도 더러 계십니다. 익명이셔도 창작이 예술적으로 이루어진 글의 품새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런 분들과는 달리 '글 쓰는 행위를 하는 집필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존감을 위해 <작가>라는 자기 입신의 합리화와 정당화를 부르짖는 많은 분들이 이곳에 계십니다.
그말은 자기 위로로 갖는 일이니 나무랄 수도 없고, 서글픈 현실이지요.
<작가>는 자기 기분을 갖는 직분이 아니라, 소명을 갖는 직분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나, 고백이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쓰기 정도로 될 일이 아닙니다. 나를 나타내건, 사물을 나타내건, 꿈을 나타내건, 인간사의 풍요로움을 위한 농익은 열매 같은 계시를 일궈내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라는 전문성에 유의하여 그 질서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도 작가라고?
택도 아닌 게 어딜 감히…….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 그 자가 바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