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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6. 2023

육필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악기를 연주해 보면 어쩐지 손에 익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관악기인 경우에는 저의 숨길과 악기의 상생이 어딘가 어긋나는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왜 그런가 싶어 살펴보면 아직 길들이지 못한 새 악기이거나 아니면 남의 악기입니다. 또 도구를 들고 하는 운동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왠지 이물감이 든다 싶어서 보면 제 라켓이 아닙니다.


요즘 제가 글쓰기를 할 때 비슷한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원래 제 로망은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편의상 노트북으로 글쓰기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쓰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건 편집, 저장 등에 있어서 그 어떤 매체보다도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정한 자리가 확보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때는, 편집하거나 저장하는 데는 다소 불편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젠 웬만하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게 됩니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낮에 쓰는 모든 글은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적은 글들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손으로 직접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고리타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명색이 글을 쓴다고 하면 손으로 쓴 글이 진짜 글인 것입니다.

제가 아는 작가님 중에 아침마다 1시간 정도씩 손으로 직접 꾹꾹 눌러 글을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 시간을 맞이하는 다소의 경건함, 빈 노트를 바라볼 때의 기대감, 그리고 글자가 한 자씩 채워질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 등, 그 아침 시간에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작가님의 경험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물론 육필로 글을 쓰면 아무래도 속도는 느려지게 마련입니다. 어차피 글은 속도가 관건이 아닙니다. 더 많은 글을, 더 짧은 시간 안에 쓴다는 것도 나름 중요하긴 하겠습니다만, 글을 쓰는 진정한 맛을 느껴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육필로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가장 확실하게 떠오르는 건 단연 일기입니다. 잠에 들기 30분 전쯤에 모든 채비를 마치고 노트를 펼쳐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봅니다. 그 쓴 일기를 다시 타이핑해 이곳에 올릴지 말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드디어 제 로망을 실현할 기회가 왔습니다. 전 한다면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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