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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5. 2023

공공도서관에서 글 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조금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혹시라도 태어나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아내가 깜빡 잠이 들까 싶어 새벽 세 시까지 기다렸다가 아내를 깨웠습니다. 욕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보고 그제야 마음이 놓인 저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때가 새벽 3시 반쯤이었으니 대략 다섯 시간 정도 잔 셈입니다. 일단은 스프링이 튕겨 오르듯 몸부터 일으켰습니다. 잠시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물론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습니다만, 이대로 누우면 또 오후가 되어야 일어나게 될 거라는 걸 익히 알기에 후다닥 준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 결과 영광스럽게도 그 차지하기 어렵다는 공공도서관의 노트북 자리를 꿰찼습니다.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차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런데 그다지 시끄럽다거나 조금도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마치 창밖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대하는 듯 신경에 거슬리지도 않습니다. 이런 걸 '백색소음'이라고 하나요? 문득 그 말이 떠올라 찾아보니, 넓은 음폭을 가지고 있어 귀에 쉽게 익숙해지는 소음을 백색소음이라고 한다는 대목이 눈에 띕니다.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소리나 심지어 카페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시끄러운 스타벅스(제가 자주 가는 파스쿠찌보다도 훨씬 더 시끄럽더군요)에서도 제가 꿋꿋이 글을 쓸 수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백색소음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장가처럼 귀에 착착 붙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의 백색소음들에 둘러싸여 전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 자판기에서 뽑아 온 캔커피 '맥스웰 하우스 싱글카페' 세 개를 노트북 옆에 놓아두고 말입니다. 시쳇말로 TMI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비싼 커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파스쿠찌를 갈 때를 제외하고는 결코 제 돈으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 매장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6~700원이면 마실 수 있는 한 잔의 커피에 6,000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건 적어도 제 상식에선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다른 사람들의 행동까지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이고, 저는 저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이라는 게 뭐, 별 거 있냐고 말입니다. 누가 읽든 한 줄만 읽어도 눈물을 쏙 빼게 할 만큼 걸작도 있다면, 이런 걸 글이라고 썼냐고 할 정도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글을 쓰는 역량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저는 믿습니다. 그런 저런 과정을 거친다면, 글을 쓰는 그 어느 누구라도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더 좋은 글, 더 읽을 만한 글을 쓰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만약 그 정도의 믿음도 없다면, 그런 어떤 발전 가능성이 없다면, 세상에 이만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요?


의식의 흐름까지는 아니어도 생각이 닿는 대로 전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두서없는 글을 누가 읽겠느냐는 말도 종종 듣곤 합니다만, 전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무도 안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최소한 나는 읽으니까요."

내 글의 최초이자 마지막 독자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충심 어린 독자를 위해 이 미미한 글을 내밀어 봅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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