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고
백열 여섯 번째 글: 나이가 드는 게 반가울 리 없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치우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 가지 측면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편협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인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는,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다는 데에 있다고 말입니다. 즉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르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두고, 그는 나이가 든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든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나이가 든 사람을 일컬어 '꼰대'라고 표현합니다. 어느 면으로 생각해 봐도 긍정적인 구석이라곤 없는 호칭입니다. 게다가 그 정도가 심한 사람에게 개꼰대라는 별도의 명칭까지 붙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꼰대도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은 곧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두 꼰대라거나, 젊다고 해서 모두 꼰대가 아니란 말은 아니란 얘기입이다. 결국은 나이가 꼰대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란 뜻이 됩니다.
앞에서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오래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성향이 심해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나이가 든 사람을 더 멀리하게 되곤 합니다. 함께 있으면 부담스럽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오십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면서 간혹 어디에도 끼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타인이 먼저 그런 감정을 갖게 할 때도 있지만, 요즘 같으면 저부터 우선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제가 왜 여기에 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늙는다는 게 추한 것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을 열심히 소신 있게 살아왔다면, 인간의 노쇠는 오히려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젊은 사람일수록 보기가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혹은 저 역시 그들처럼 젊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한창 피어있는 꽃이 예쁜 것이지 이미 시들어 버린 꽃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받기를 원합니다. 이런 성향이 유독 강한 사람을 우리는 '관종'미라 지칭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관종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곧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고, 이렇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려면 타인에 대한 관심과 타인이 저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 어쩌면 이미 꼰대가 된 것은 아닐까요?
모든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렸습니다. 꼰대가 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꼰대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싫은 것입니다. 생각을 편협하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제 생각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는 걸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제가 말을 더 많이 하기에 앞서 타인의 말을 먼저 들을 수 있는 아량을 보여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꼰대가 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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