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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1. 2023

꿈 많던 그때

백 스물세 번째 글: 시간, 참 빨리 갑니다.

꿈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얼핏 그런 말을 들은 기억도 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바라니까 그게 꿈이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기야 금방 도달하는 목표는 그 자체 만으로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것입니다.


직무연수 필기고사장 사진을 올려봅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와 건물도 다르고 내부 구조도 다르지만, 거의 30년도 훌쩍 감은 과거의 한 장면을 소환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복도 끝에서 반대편 끝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문득 꿈이 생각났습니다. 저의 많았던 스무 살, 그때의 저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까요?


아, 물론 저 같은 경우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까, 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발을 동동 굴리지 않아도 되었다는 건 작지 않은 축복이라고 해도, 솔직히 저는 그런 저의 처자가 마냥 좋지는 않았습니다. 앞에서 말씀을 드렸듯 그다지 큰 노력 없이도 교사가 된다는 게 저로선 마뜩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임용 시험도 통과해야 하고, 4년 간의 교육과정 이수도 만만치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교육과정 이수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온갖 자잘한 것들을 죄다 배워야 하니까요 그냥 아이들이 6년 동안 배우 모든 내용과 관련된 것들을 4년 간 배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어도 임용 고시라는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스무 살의 모든 꿈은 아름다웠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새삼 그때가 아름다웠다고 느껴지는 건 뭘 어떻게 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고,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소중했던 꿈이 아직도 제 가슴속 한편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꿈을 이룰 기회는 있다는 것이겠습니다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이 문득 떠오릅니다. 만학도라고 하던가요?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도 우린 곧잘 합니다. 이 표현에 있어 '바람'이란 말이 붙은 건 달갑지 않으나, 늦바람이 그저 한때의 바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달려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100세 인생 시대라고 하니 제게 남은 생의 배터리는 48%쯤 될까요?


꿈 많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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