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큰 복을 지었기에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 역시 일할 때마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먹고살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배부른 투정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대부분, 아니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질 못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리고 저는 형편이 닿는 대로 살고 있을 뿐입니다.
"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우예 사노?"
어른들이 늘 하던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건 정말이지 크나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때로는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데다 돈까지 벌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입니다. 심지어 제가 가진 것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떡인데, 유독 저에게는 떡으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가수 현철 씨가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떠나간 여인을 그리는 노래인데 경우는 다르겠습니다만, 저 역시 앉으나 서나 글쓰기만 생각합니다. 아마 여기에 계신 작가님들도 그러실 것입니다. 그러면 왜 우린 이토록 글쓰기에 간절해졌을까요?
간혹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전업작가였다면 지금처럼 틈만 나면 글을 쓰고 뭘 하든 글쓰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오히려 가지지 못했으니, 제가 작가가 아니니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게 아닐까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 '급히 가도 한 걸음'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늘허리에 실 매어 못쓰는 법입니다. 앉으나 서나 글쓰기만 생각하는 저이지만 아무리 급해도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까지 차례대로 키보드를 두드려야 첫 글자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급할 때 돌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고, 급히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습니다. 앉으나 서나 글쓰기만 생각하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옆에서 달콤한 말로 꼬드기고 흔들어대더라도 앞만 보고 가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없이 스마트폰 하나 달랑 들고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지금 제 손에 그 폰이 쥐어져 있으니 저는 그냥 글만 쓰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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