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맞습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모든 것을 다 알고 행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존재가 됩니다. 또한 그 어떤 일이든 못 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그것만 두고 생각해도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활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어딜 가서 이런 능력을 발휘해 보겠습니까?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소설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책을 수십 권 읽는 것보다도, 혹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를 몇십 편 보는 것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렇게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제가 감독이 되어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입니다. 제 글 속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저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입니다. 제가 'O.K.' 사인을 내릴 때까지 그들은 똑같은 말과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어떤 시점을 택해서 글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등은 저의 손아귀 안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들의 과거의 행적에서부터 현재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또 지금의 행동이 가져오게 될 결과나 미래의 그들의 운명에 대해서까지 제가 모르는 부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는 등장인물이라면 시점이 제한된 경우이거나 아니면 제가 창조한 인물이 아닌 경우가 되겠습니다.
저의 좁은 소견이긴 합니다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외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딜 가서 얘길 해도 그의 얘기를 들어줄 만한 사람들도 잘 없습니다. 기껏 어떤 자리가 마련되어 마음 놓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이제 그만 말하려고 하거나, 혹은 말을 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자리를 뜹니다. 아니면 아예 그런 낌새가 보이기라도 할 기세면 오던 사람들도 흩어지곤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가슴속에 혹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걸 담아두는 특성이 있다 보니 기회만 되면 입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쏟아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말을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쓰는 사람을 꺼려하기 마련입니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누군가가 이미 작가가 되었다면 그나마 작품 때문에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 기울일 법하지만, 최소한 작가지망생의 입장이라면 그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어딜 가도 아마 환영받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이 많은 그 어느 누구라도 신이 될 기회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소설을 써 보라고 감히 권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