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비법
백 스물아홉 번째 글: 셀프 힐링법
어쩐 일인지 저에게는 글제가 상당히 거창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격이란 점이 한몫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뭐, 그렇다고 삶 자체가 제 '쪼' 대로 사는 건 아닙니다만, 일단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뭐라고 하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치명적인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프힐링, 즉 자기 치유의 방법을 물어보신다면 전 세 가지를 떠올려 보게 됩니다. 하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겠고, 다른 하나는 의외일 수 있겠으며, 어쩌면 나머지 하나는 좀 생뚱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네, 요즘은 자기 치유의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타인의 힘을 빌리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일 테니까요. 물론 언젠가는 타인의 힘을 빌려 저를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현재까지는 저는 제가 치료합니다.
저의 첫 번째 셀프힐링법은 마라탕입니다. 언제부턴가 제겐 특이한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굵직한 행사 하나가 끝나면 학교 앞 마라탕 집에 가서 마라탕을 한 그릇 시켜 놓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깁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마라탕이 맛있다거나 좋아서 그런다기보다는 혼자만의 그 시간이 좋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교 앞이라 학부모를 만날 때도 있고, 학생들을 대면하는 상황도 생기지만, 그런 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니 저만의 고독을 즐기는 데에는 딱 좋더군요.
다음으로, 저의 두 번째 셀프힐링법은 국악기 연주입니다. 뭐 썩 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전 대금, 소금, 단소 그리고 피리를 연주할 수, 아니 불 수 있습니다. 한창 불 때에는 58분 정도 짜리의 중광지곡(현악영산회상)이라는 정악(국악 중 궁중음악) 곡을 앉은자리에서 완주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동요나 가요 등을 소일 삼아 불곤 합니다만,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정도입니다.
제가 국악기 연주를 제 셀프힐링법으로 삼은 이유는, 비가 억수 같이 오던 27년 전 어느 날 대금을 불다가 물아일체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두 번 다시 그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실력이 형편 없어진 지금도 악기를 아예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저의 셀프힐링법은 단연 글쓰기입니다. 요즘 저는 하루에 4시간 정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실력이 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어려움 없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도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차분해지는 제 자신을 만나곤 합니다. 그게 어쩌면 글을 쓰는 이유가 되어야 하고, 종국에는 저의 글로 인해 누군가의 상처가 치유되어야 가장 이상적인 게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장편소설 한 편을 쓸 예정입니다. 비록 여물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 제가 생각한 것이 한 편의 글이 되어 나오는 기적을 늘 실감하며 오늘도, 그리고 지금도 기차에 앉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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