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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24. 2023

빛을 찾는 일

세상의 모든 것은 빛을 품는다

커피 없는 시월의 끝을 앞두고 나의 새벽 4시 기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커피가 없기 때문인지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시월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없다는 느낌만으로도 이토록 슬프고 간절한 마음이 곧 다시 시작할 나의 커피를 더 깊이 음미하게 해 주리라. 더 기쁜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참아내는 시간마저 이제는 좋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스케치를 하고 색깔을 어림잡아 선택해 가며 정형의 틀 안을 채운다고 생각했었다. 몇 차례의 그림 수업을 받으며 따라가기 바빴고 비교하며 같지 않아 불안한 시간들이 있었다. 나의 그림에 내가 있음을, 나의 최선과 나 자신의 시간이 스며 있음에 머무르는 건 타인으로부터의 가르침으로 시작하지만 최종적으로 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이다. 나는 그걸 오늘에야 내 살아가는 방식으로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가르쳐주지 않은 그림 선을 시작하고 채색을 하면서 납작한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다름 아닌 빛임을 깨닫는다. 내가 찾아낸 빛은 그림 자체도 봉싯 솟아 올려 마치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 생동감 있게 만들지만, 내게 말 걸어오는 그림에 반응하는 나도 입체적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게 한다. 오늘 그런 새벽이다. 


빛을 찾는 일은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다. 


나의 빛을 찾아 거기에 머무르며 밝고 긍정적으로 나답게 사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빛을 알아보고 그들이 갈 길을 제대로 알려주는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며 그들의 빛이 얼마나 밝은지 전해주는

글을 찾아 읽으며 글 안에서 빛나는 별을 꺼내 감동받았노라고 속삭여주는

밤새 꿈길을 달려 아침에 깨어난 가족들에게 하루 빛을 찾아 꼭 안아주는


그런 빛을 찾는 일, 이는 곧 사람을 알아보고 그 빛과 기쁘게 사는 일이다.


그림 수업을 받으며 빛을 볼 줄 아는 기술을 하나 더 연마한 느낌이라 참 좋다.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기술을 하나 더 전수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내가 마주하는 어떤 것이든 누구든, 그들의 빛에 집중할 것이다. 


얼굴을 들어 빛을 향해 살 것이다. 


세상의 빛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림 - Seasons of Peaceful Rest by 희수공원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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