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타면 각 객차의 양쪽 끝에 특별석이 있습니다. 세 명씩 앉을 수 있는 특별석입니다. 마주 보고 있는 구조이니 네 군데를 합하면 모두 열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나머지 좌석인 6명씩 앉을 수 있는 자리보다는 덜 북적대니 저는 가끔 이 자리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특별석이라는 점입니다.좌석 뒤쪽에는 이런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자리를 양보합시다. 노약자 장애인 보호석
그리고 등 뒤에는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그리고 유아 동반 승객이 앉으면 되는 자리라는 의미에서 그림까지 새겨져 있고요. 그래서일까요, 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저는 몹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처럼 맞은편까지 포함해서 여섯 자리 중 저만 앉아 있을 때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많이 탄 날은 아무래도 앉기가 망설여집니다.
이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습니다. 양쪽 끝에서부터 앉으니 두 명만 앉으면 꽤 편하게 앉을 수 있습니다. 간혹 세 자리가 모두 비어 있을 때 가운데 앉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앉기가 불편해집니다. 보통 저는 가운데만 딱 비어 있을 때 저보다 연세가 많은 분이 가운데 끼어 앉으려고 하면, 무조건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창 글 쓰느라 정신없을 때누군가가 끼어 앉으려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선이 따가움을 느낍니다. 끼어 앉은 분이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여긴 너 같이 젊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 왜 여기 앉아 있느냐'는 듯 계속 힐끔거립니다. 가장 불편한 순간은 두 사람이 쳐다볼 때입니다. '너만 일어나면 편하게 갈 수 있는데'라는 듯 쳐다보고 있습니다. 설마 그런 생각으로 보겠냐고 하겠지만, 한 술 더 떠 '노인을 공경하지 않으니 세상이 이 모양이다'라거나 '이 자리는 젊은 사람이 못 앉게 해야 한다'는 따위의 혼잣말을 큰소리로 내뱉기도 합니다.
50대 초반인 저는 확실히 이런 자리에 앉는 게 애매한 나이이긴 합니다. 한 20년 후라면 모를까, 아직은 당차게 앉기가 망설여집니다. 물론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이니 못 앉을 이유도 없습니다만, 덜컥 앉기가 망설여지는 나이입니다.